與 전대 羅·元·尹·韓 4자 구도 형성'어대한' 기류 흔들 악재 줄줄이나경원·원희룡, 당권 행보 본격화'신비주의' 한동훈, 연설문 집중
  • ▲ (왼쪽부터)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DB
    ▲ (왼쪽부터)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DB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로 흐르던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 대표 경선에 '깜짝'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21일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도전을 공식화한 인사는 나 의원과 원 전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나 의원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는 23일 오후 1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마선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간 출마를 고심해오던 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함께 더 크고 더 강한 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원 전 장관도 나 의원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오후 3시 출마선언을 한다. 오후 2시 예정돼 있는 한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중심으로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이 앞뒤로 출마선언을 진행하면서 각 후보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린다. 

    또 1시간 간격으로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만큼 나경원-원희롱-한동훈 3강 구도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나 의원과 한 전 위원장의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원 전 장관의 등장으로 '미니 대선급' 으로 판세가 확장됐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은 주변 인사들에게 출마에 뜻이 없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와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결단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하며 굳히기에 나설 조짐이 보이자 위기 의식을 느낀 친윤(친윤석열)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친윤계는 그간 자신의 진영에서 당 대표 후보로 내세울 마땅한 인사를 찾지 못했다. 한 전 위원장의 독주를 저지해야 하지만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나 의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나 의원이 친윤계를 비롯한 특정 계파와 거리를 두자 물밑에서 새 후보 물색에 나섰고, 원 전 장관이 그 대상이 됐다.

    원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사인 데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앞장서서 대응한 인사인 만큼 대통령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대통령실과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 전 위원장과 선명한 대비를 이룰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원 전 장관도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온전히 받드는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당정일체를 부각했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당정관계'에 있어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것을 우려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을 알리며 일축에 나섰다. 다만 다른 후보들 역시 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출마 사실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한 전 위원장을 향한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당내 중량급 인사들이 잇달아 출격하면서 한 전 위원장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세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이렇다 할 반등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약한 당내 지지 기반은 앞으로 전당대회 선거 기간 한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한 전 위원장의 캠프를 돕는 인사들이 대부분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데 반해, 다른 후보들은 당 중량급 인사들과 원로를 모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상대 진영의 중량급 인사들이 한 전 위원장을 향해 공격적으로 나올 경우 속수무책으로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원 전 장관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대장동 일타강사'로 활약하며 각종 선거에서 굵직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원 전 장관의 공격 화살이 한 전 장관을 향한다면 기싸움과 여론전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다른 후보들의 공격을 한 몸에 받는 과정에서 한 전 위원장은 선거 분위기에 매몰될 수밖에 없고, 그가 그토록 경계하던 '여의도 문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한 전 위원장에게 충분히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윤계 후보가 원 전 장관과 나 의원이라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면 전통 보수층의 표심은 한 전 위원장에게 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 정당을 오랫동안 지지해온 당원들로서는 새 인물보다 우리 당에 뿌리가 깊은 인사가 등장하기만 기다렸을 것"이라고 했다.

    판세가 요동치면서 여권은 결선투표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결선투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는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에 한해 2차 투표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한 친윤계 인사는 "결선투표가 목표"라고 전했다.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친윤계 입장에서는 우선 한 전 위원장의 과반을 저지하는 게 1차 목표라는 의미다. 이에 표 분산을 위해 원 전 장관과 나 의원을 동시에 지원사격하며 한 전 위원장의 과반 득표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 전 위원장은 여전히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23일 기자회견 전까지 출마 선언문 작성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다른 후보들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나 의원은 이날 오후 당원 비중이 높은 지역이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을 찾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난다.

    원 전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를 찾아 원내 인사를 만날 계획이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나 의원과 윤 의원은 물론 김기현·유영하 등 의원실을 찾아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