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사범 22년 74명→23년 171명…1년 새 2.3배↑연령층도 갈수록 낮아져…9세 초등생 적발되기도'쉬운 접근성'과 '집단 전염성' 주된 원인전문가들 "미성년 도박 '다단계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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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유정 디자이너
    #경찰은 지난 4월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개발‧운영한 일당을 검거했다. 지난 2022년 말부터 약 10개월 간 오간 판돈만 수억 원대. 그런데 경찰에 일망타진된 불법 도박 일당은 잡고 보니 총책부터 운영진까지 모두 10대였고 베팅한 도박 참가자 1500명 중 80%가 10대 청소년이었다.

    '청소년 도박'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청소년 사이버 도박 범죄 수준이 단순 도박 행위를 넘어 도박판을 운영하는 '총책' 역할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경찰에 적발된 10대 총책은 또래 친구들을 섭외해 '총판'(도박 참가자 물색)을 맡기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줬다. 청소년 사이버 도박이 이른바 '다단계화' 돼가는 셈이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박 혐의로 형사 입건된 소년범(14세 이상 19세 미만)은 모두 171명에 달했다. 지난 2022년 74명에 비해 2.3배 늘어난 수치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가장 큰 문제는 도박 범죄가 점차 어린 연령층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5년 간 도박에 손을 댄 소년범 평균 연령은 2019년 17.3세에서 2020년 17.1세, 2021년 16.6세, 2022년 16.5세, 2023년엔 16.1세로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1만 원으로 판돈을 걸고 사이버 도박을 한 초등학생(만 9세)이 적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 범죄가 급증하는 주요 원인으로 '쉬운 접근성'과 '집단 전염성'을 지목한다. 

    '불법 콘텐츠' 보려다 도박 사이트 접근 … '불법 광고' 성행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 사이트 유인 경로 중 하나는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나 합법적인 게임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광고 배너'다. 

    실제 구글에서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를 검색해 접속해보니 'OO티비 제휴놀이터!! 에볼루션카지노 오픈!!'이란 제목의 팝업창으로 연결됐다. 회원가입은 연령 제한이 없었고 별도의 성인 인증 절차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런 사이트들은 경찰에 적발돼 차단되더라도 또 다시 파생 사이트를 만들어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른바 '댈토'라고도 불리는 불법 사설 토토 대리배팅도 청소년 도박 범죄를 부추기는 한 가지 요인이다. SNS상에서 주로 활동하는 '댈토'들은 "24시간 댈토 문의 대기", "미자(미성년자) 환영"등 홍보 문구를 내걸고 대신 도박을 해 돈을 불려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를 돌려주겠다며 청소년들을 유인한다. 

    10대가 도박단 총책에 총판 영업까지 … '다단계화' 돼가는 청소년 도박 

    게다가 최근에는 성인들이 각 학교마다 '총판'을 지정해 인센티브를 주고 또래 친구들을 유인하도록 조장하는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급기야 청소년들이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진을 꾸리는 상황까지 도래했다. 실제 경찰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사이버 도박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직접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한 청소년 12명이 적발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흡사 '다단계 범죄'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자치경찰교육센터 팀장은 "청소년들은 이제 행위에 가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운영'에 관심을 갖는 추세"라며 "이번 단속에서 12명이 운영에 가담한 혐의로 적발됐지만 도박이 '암수범죄'인 특성상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 팀장은 "청소년들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성인 운영자들이 미성년자들을 영입해 '총판'으로 세우고 있다"며 "청소년들은 성인과 달리 집단성을 띠는 데다 또래 문화가 급속히 확산하기 때문에 운영자가 접촉한 1명이 '슈퍼 전파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또 청소년 도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철저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학교와 가정에서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관계자는 "청소년들을 도박 범죄로 끌어들이는 원흉을 발본색원해 엄단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도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주된 일상 생활을 이어가는 학교와 가정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청소년들이 도박 범죄의 심각성을 깨닫고 범죄에 빠져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