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둔 기혼여성 10명 중 6명 회사 그만둬임신·출산·육아 등 경단녀 대부분 아이 때문에저출생 대책으로 '여성의 사회 재진입', 'IT·테크'에 올인
  • ▲ 오세훈 서울시장.ⓒ서울시
    ▲ 오세훈 서울시장.ⓒ서울시
    "결혼 전까지 중소기업에 다녔는데 아이를 낳고 복직해 2년을 다니다가 퇴사했어요. 도우미 이모님이 아이를 돌봐주셨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거든요. 지금은 아이가 유치원에 다녀 시간상 여유가 있지만 재취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되네요."(서울 거주 40대 주부)

    여성은 출산을 한 후 경력단절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자녀를 둔 기혼여성 10명 중 6명이 경력단절을 겪었다. 지난해 40대 경력단절 여성 수는 59만명으로 30대 54만4000명보다 많았다.

    무엇보다 다시 직장을 얻었더라도 2년 만에 또다시 경력이 단절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임금에 불안한 고용 형태, 육아·돌봄 문제 등으로 재경력단절을 겪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재도약을 위해 직업 교육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콘텐츠 등 미래 유망직종 교육을 강화해 여성의 재취업을 돕고 있다. 이런 정책이 서울시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서울시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력단절여성이 재취업 한 일자리에서 재직한 평균 기간은 23.9개월로 나타났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재취업했지만 2년도 안 돼 그만 두는 것이다.

    여성들이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로는 근로조건을 꼽은 경우가 경력단절 당시(26.1%)나 재경력단절 당시(36.0%) 모두 가장 많았다. 경력단절 당시에는 근로조건 다음으로 임신 21.3%, 출산 19.8%, 육아 13.9%, 혼인 10.1% 등의 순을 보였다. 

    다만 저출산과 연관된 임신·출산·육아를 모두 합하면 55%에 달할 정도다. 여성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아이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는 셈이다. 

    임신이나 출산 등이 첫 경력단절의 주된 이유였다면, 재경력단절을 겪을 때에는 육아를 비롯한 가족 돌봄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재취업한 일자리에서 받은 월평균 임금은 179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경력 단절 당시 월평균 임금이 211만9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32만6000원 적어진 것이다. 특히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이전 업종과 다른 업종에 재취업 한 경우에는 월평균 임금이 156만8000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한 30대 주부는 "임신 후 입덧이 너무 심해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만 전념했다"며 "얼마 전 좋은 기회가 생겨 재취업을 했는데 아이들 하원을 시키는 일이나 육아 등은 여전히 내 몫이다. 아이를 키우려면 정부와 가족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 ▲ 서울우먼업프로젝트.ⓒ서울시
    ▲ 서울우먼업프로젝트.ⓒ서울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서울우먼업프로젝트'라 이름붙여진 이 사업은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임신과 출산, 육아로 경제활동이 중단된 '3040 여성'의 재취업과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구직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우먼업 구직지원금'(30만원×3개월) ▲3개월간 기업에서 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우먼업 인턴십'(생활임금×3개월) ▲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지원하는 '우먼업 고용장려금'(300만 원×1회) 등 3종 세트로 구성된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우먼업프로젝트를 통해 경력보유여성 942명(구직지원금 904명, 인턴십 59명)이 취‧창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는 인원을 더 늘려 2610명의 경력보유 여성의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조건은 서울시 거주하는 만 30~49세 미취창업 여성이며 중위소득 150% 이하이다.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경우 미취업자와 동일하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특히 올해는 양육자를 우선 선정해 지원한다. 육아와 경력복귀 준비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자녀 수를 가점 심사해서 선정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경력 보유 여성을 대상으로 정보기술(IT), 콘텐츠 등 미래 유망직종 교육을 강화한다. 올해만 73억원을 투입해 166개 과정을 개설하고 모두 3234명을 지원한다.

    웹·앱 개발자,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같은 IT 분야를 비롯한 일자리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여성 인력 개발 기관 26개소에서 '미래 일자리 직업 훈련 과정'을 운영한다.

    여성인력개발기관은 지난해 1년간 IT 등 미래 일자리 분야 직업 교육 183개 과정을 운영했다. 3133명이 수료했고 이 가운데 2040명(취업률 65%)이 취업과 창업에 성공했다.

    올해는 신설되는 디지털 특화 과정을 포함해 33개 미래 일자리 교육 과정을 운영해 610명을 지원한다. 교육 기간은 3~4개월이며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고부가가치 교육 훈련 등 133개 교육 과정을 개설해 훈련생 2624명을 선발한다. 센터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노동 환경 변화에 발맞춰 신기술·미래 유망 직종 진출을 위한 훈련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드론 항공 촬영·드론 지도사 양성 과정, 특허 분석 전문 사무 인력 과정 등 전문 인력 양성 과정과 온라인 스토어 창업과 마케팅 과정 등 선호도가 높은 과정이 운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30대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이 71.7%에 이르지만 자녀를 둔 기혼여성 10명 중 6명은 경력 단절을 겪고 있다"며 "특히 IT 분야는 여성 인력이 남성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여성의 취업 문턱이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