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위 13차 회의서 MBC 날씨뉴스에 중징계"환경부 지침과 다른 예보, 정치적 의도 의심"
  • ▲ 지난 2월 27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날씨뉴스 화면 캡처.
    ▲ 지난 2월 27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날씨뉴스 화면 캡처.
    방송 중 느닷없이 파란색 '1'을 강조해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키는 예보를 했다'는 지적을 받은 MBC 날씨뉴스에 대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이하 '선방위')가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최종 의결했다. 선방위(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 '권고' △법정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관계자 징계' '과징금' 등으로 구분되는데, 법정제재부터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하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평가에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앞서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월 27일 'MBC 날씨' 코너에서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1㎍/㎥(세제곱센티미터 당 마이크로그램)이었다"며 이례적으로 사람 키 높이의 파란색 숫자 1을 대형 그랙픽으로 제작해 방송했다. 나아가 진행자는 손가락을 '1' 모양으로 만들어, 1을 수차례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MBC와 민주당 지지자들은 "억지 주장"이라며 맞서는 양상을 띠었다.

    지난 4일 열린 13차 선방위 심의에서는 MBC의 반박 주장이 부적절하다는 구체적인 근거들이 제시돼 주목을 받았다.

    의견진술 차 선방위에 출석한 박범수 MBC 뉴스룸 센터장은 날씨예보에서 숫자 '1'을 등장시킨 이유로 "당시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서 최저값이 제곱미터당 1마이크로그램이라고 발표한 자료를 참고했다"면서 "(대형 CG를 사용한 것은) 신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장 먼저 질의에 나선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은 "당시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 에어코리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 평균치는 9였다"며 "미세먼지 농도 1은 서울 25개 구 가운데 불과 4개 구에서만 나타났고, 그것도 하루 24시간 가운데 4시간에 한정된 일시적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MBC가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1이라고 보도한 것은 명백히 오보"라고 강조한 권 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신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민주당 기호를 연상하는 대형 1자 형태의 그래픽을 썼다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센터장은 "통상적으로 날씨보도에서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극값(최고·최저)'을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저희가 특별하게 한 것이 아니라 환경부 에어코리아 발표된 내용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MBC가 해명의 근거로 제시한 환경부 산하 기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날씨보도는 숫자가 아니라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 등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서술형 단어로 돼 있다"며 "굳이 숫자로 표기한다면, 자료에서는 미세먼지를 0~30마이크로그램, 30~60마이크로그램, 60마이크로그램 이상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MBC 날씨보도는 환경부 산하 기관의 발표 방식을 충실히 따른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MBC 측이 참고 자료로 제출한 KBS·SBS·연합뉴스 등의 미세먼지 농도 보도 방식은 모두 환경부 지침대로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좋음' '보통' '나쁨' 등이었다"며 "왜 MBC만 환경부 지침과 달리, 또 타사와 달리 누가 봐도 이상한 특정 숫자 1을 사용했나?"라고 질책했다.

    그러자 박 센터장은 "환경부 발표를 다 따르는 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이후 박 센터장이 "방심위와 선방위에서 하는 심의가 정당한 것도 있지만, MBC의 경우는 대다수가 무리한 심의이자 정치탄압"이라고 반복해 주장하자, 백선기 선방위원장은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수차례 경고를 날렸다.

    최 위원은 "선방위 심의는 지금까지 공개된 회의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선거방송특별심의규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출연자 선정의 균형' '진행의 공정성' '공정한 시간 및 기회 배분' '허위 왜곡 사실 여부' 등을 판단 근거로 삼는다"며 "'정치심의'라는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다그쳤다.

    이에 박 센터장은 "MBC는 그렇게 판단한다. 그게 우리 입장"이라고만 답했다.

    임정열 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은 "신기술이라고 하는데 (숫자) 크기가 통상적이지 않다"며 "'서울은 1입니다'라고 하면 시청자들은 (정치적 의도라고) 연상을 한다.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MBC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도 "문화방송이 언제 이렇게 망가졌는지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심재흔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전혀 정치적 의도를 느낄 수 없었다"며 "MBC가 뉴스로서 할 수 있는 허용된 범위 내에서 한 것"이라고 여타 심의위원들과 반대되는 의사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