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1호' 흑석2구역 재개발…소송 진행중재개발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원주민 피해 우려본격적인 사업 시작 전부터 각종 비리 얼룩
  • ▲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모습.ⓒ연합뉴스
    ▲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모습.ⓒ연합뉴스
    공공재개발은 정부나 서울시 등 공공이 정비사업에 참여해 낙후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심 내 주택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사업비 융자 등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사업이 장기간 정체된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희망이자 유일한 해법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사업이 시작하기 전부터 주민들간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소송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사전기획 준비부터 입안절차를 거쳐 정비구역 지정 고시까지 절차는 여전히 복잡하면서도 까다롭다. 서울 '공공재개발 1호'로 불리는 흑석2구역 재개발 사업을 통해 공공재개발의 현주소를 따져봤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은 동작구 흑석동 일대 4만5229㎡의 노후화된 주거지를 지하 7층~지상 49층 1216가구 규모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이 중 조합원 분양분 300가구 정도를 제외하고 ▲일반분양 512가구 ▲공공임대 357가구(재개발임대 104가구, 소형임대 253가구) ▲수익형 전세 155가구 등으로 예정돼 있다. 

    특히 용적률 및 층수규제 완화 등 공공재개발 인센티브 덕에 흑석뉴타운에서 가장 층수가 높아(49층) 향후 흑석뉴타운의 마천루와 같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가 높았다. 개발만 되면 지역 주민들 모두 '로또'에 당첨된 것과 마찬가지란 얘기가 나왔다.

    면적은 넓지 않으나 지하철 9호선 흑석역과 붙어있어 교통편이 좋고 인근에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한 대학교까지 있어 교육환경도 뛰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흑석2구역 토지소유주 일부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지 얼마 안 된 2021년 12월 동작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그해 9월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무효로 하라는 것인데, 결국 공공재개발을 무효로 해 달라고 청원한 것이다. 

    주민대표회의는 그간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이었던 만큼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공공재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나, 소송을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상가 및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문제삼으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소송이 진행돼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16개월이 걸렸다. 앞으로 남은 항소심과 상고심도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개발이 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흑석동 공공재개발 소송의 관건은 누가 이겼느냐는 게 아니라 이견이 있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자체에 있다"며 "진행절차마다 다양한 문제가 돌출되는 등 사업이 늦어지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 ▲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 조감도.ⓒ서울시
    ▲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 조감도.ⓒ서울시
    재개발 사업은 막대한 이익이 걸려 있다 보니 본격적인 사업 시작 전부터 비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청량리4구역 재개발 사업은 2017년 당시 관련 업무를 맡았던 동대문구청 소속 전·현직 공무원들이 무허가 건물을 사들여 분양권을 얻고 특혜를 받아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추진위원장은 사업 과정에서 재개발 부지 지분이 없는 이들에게 분양권을 주는 등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게다가 재개발 추진위원회 간부들이 이주보상비 수억 원을 지인들에게 빼돌린 혐의로 최근 검찰이 조사 중이다.

    공공재개발 사업장 중 '최대어'로 평가받는 성북구 장위9구역 재개발사업 역시 내홍을 겪으며 사업 초기부터 삐걱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합 추진위원회 전 단계인 준비위원장의 교체 문제를 두고 내부에서 전·현직 위원장간 갈등이 커지고 전 위원장이 현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빚어지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올해 초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되고 공공사업시행자와 주민대표회의 간 약정을 체결하고 하반기부터 시공자 선정 절차에 들어가야 하는데 지난해 7월 전임 준비위원장 해임을 두고 논란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이처럼 시공사와 조합, 그리고 관공서까지 연관된 재개발 사업에서는 유착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잦다. 토지 소유주나 주택 소유주 등으로 구성된 재개발 조합은 설계자나 시공사 선정 등 사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사업 비리가 만연한 원인으로 제도적 한계를 꼽았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재개발 사업은 결국 조합원들, 즉 민간의 영역인 탓에 공공이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이 자기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조합 임원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