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놓고 '최고 성과' 자찬… 北에 이롭게 진행됐다는 의혹전문가 "한국에 불리하다는 것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합의했다면 성립 가능"
  •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화공동선언 5주년 기념, 평화의 힘 평화의 길' 기념식에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화공동선언 5주년 기념, 평화의 힘 평화의 길' 기념식에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국가보안법 제4조 1항, 형법 제99조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계법 제39조 2항에 따라 작성 중인 통계 또는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8조에 따라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인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관련 의혹들이 모두 유죄로 확정되면 형법 제99조의 형량에 따라 무기징역까지 처벌 받을 수 있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별도의 양형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9.19 군사합의, 불리한 조건 알면서도 체결했다면 현행법 저촉 가능성

    지난 1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최된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퇴임 후 첫 서울 공식 일정이었다.

    그는 단상에 올라 "9.19 남북군사합의는 지금까지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역대 정부 중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뿐"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한다는 것은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9.19 군사합의는 지난 2018년 남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군사 훈련을 줄이자는 취지로 체결한 약속이다.

    구체적으로 ▲군사분계선(MDL) 5km 내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대규모 야외기동훈련 중지 ▲서해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한 초도 남쪽 수역·동해 속초시 이북으로부터 북한 통천군까지 80km 수역에서의 포사격과 해상 기동훈련 중단 ▲MDL 기준 동부전선(40km)·서부전선(20km) 내 전투기 비행 및 미사일 실탄 사격 등 전술비행 금지 등의 내용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같은 남북간 군사합의가 9.19 평양공동선언의 최고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 협상이 북한에 이롭게 진행됐다는 의혹들이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우리 군이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다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주도권이 북한에게 통째로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보도된 내용들을 종합하면, 북한은 9·19 군사합의 협상 과정에서 서울과 수도권이 포함되는 MDL 이남 60㎞까지 전투기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은 물론, 경기도에서도 전투기를 띄우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반면, 김정은이 위치한 평양은 MDL에서 100㎞ 이상 떨어져 있어 큰 무리가 없다.

    우리 측 협상단은 하지만 북한의 요구에 별다른 반대 입장을 보이지 않은 채 합동참모본부에 검토를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실무자들이 직까지 걸고 극구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결과, 현재의 조건으로 9.19 군사합의가 체결됐다. 그러나 공군 전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9.19 군사합의는 여전히 전투기 운용면에서 제약이 있는, 불리한 조건이라는 평가가 많다.
  •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박수 보내고 있다. 2018.09.19.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박수 보내고 있다. 2018.09.19. ⓒ뉴시스
    법조계에서는 해당 내용들이 사실일 경우 국가보안법 등 현행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대한법조인협회장을 지낸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의도적으로 적을 이롭고 우리가 불리하다는 걸 알면서 (합의를)했으면 성립이 가능하다"라며 "합의 체결 과정을 조사해서 의도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하고,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해준다는 것을 명백히 알면서 체결했다는 정황이 확인되는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워치앤액션(WAF, Watch & Action for Freedom) 대표 김기수 변호사(법무법인 이세)는 형법 제 96조(시설파괴이적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당 법률은 적국을 위해 군용시설 기타 물건을 파괴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도 방위 등 국방 체계를 무력화하도록 한 9·19 군사합의가 이에 해당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들 대거 포함된 부동산 통계수치 조작… 文은 제외

    지난 15일 감사원이 발표한 '부동산 통계수치 조작' 사건이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최소 94회 이상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는 감사 결과였다.

    감사원은 해당 기간동안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치를 국토부가 공표 전 입수해 청와대 입맛에 따라 임의로 조작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목적은 자신들의 부동산 정책이 실제 시장에서 효과를 보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감사원은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22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정작 현행법 위반 혐의자들을 임명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및 각료들이 모조리 통계조작에 연루됐음에도 왜 문 전 대통령은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감사원을 비판했다.

    이어 한변은 "자신들의 부하들이 모두 통계조작에 연루됐는데 최상급자만이 그러한 범죄 행위를 몰랐거나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은 일반 상식상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만약 몰랐다면 이는 중요한 국정에서 대통령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고, 지휘 계통에서도 배제된 허울뿐인 대통령이었다는 것인데 이는 문 전 대통령 본인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감사원 조사 결과에서는 빠졌으나, 검찰 수사에서 문 전 대통령이 추가될 수 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감사원이 수 년 동안 통계법을 위반한 당사자들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대거 지목한 만큼, 문 전 대통령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향후 수사기관 역시 문 전 대통령이 방조를 넘어 직접 조작을 지시하거나 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 법률 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결국 직권남용죄로 관통한다"며 "시켜서는 안 될 조작이라는 일을 권한을 남용해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지낸 고영주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을 처벌하는 선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으나, 현 상황에서 더 이상 그 의지를 관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