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푸틴에 무기제공 대가로 인공위성·핵추진 잠수함 등 기술 원해""10~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서 푸틴과 만날 것"백악관, 지난 30일 경고하며 "개인·단체 제재해 직접적인 조치를 취할 것"전문가들 "北, 무기제공 대가로 핵무기소형화 등 ICBM기술 지원받을 것"
  • ▲ 북한 김정은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무기 공급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2019년 4월25일 단독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는 모습. (출처=노동신문 캡쳐) ⓒ뉴시스
    ▲ 북한 김정은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무기 공급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2019년 4월25일 단독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는 모습. (출처=노동신문 캡쳐) ⓒ뉴시스
    북한 김정은이 이달에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기 공급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김정은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을 제공하는 대가로 인공위성과 핵추진 잠수함 등 핵개발 기술을 제공받길 원하며 러시아에 식량지원도 요구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정은과 푸틴은 오는 10~13일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하기 위해 개최지인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학(Far Eastern Federal University)에 머물 예정이다. 또한, 김정은은 러시아 태평양 함대사령부 소속 해군 함정이 정박하고 있는 33번 부두도 방문할 계획이다. EEF 개막식 하루 전인 9월9일은 북한 정권수립일인 '99절'이다.

    이밖에 김정은은 블라디보스토크 북쪽으로 약 950마일(약 1500km) 거리에 있는 '보스토니치 우주기지'(Vostochny Cosmodrome)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 보스토니치 우주기지는 지난 2022년 4월 푸틴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났던 장소로, 2016년 첫 로켓발사가 이뤄졌다. 김정은이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곳은 모스크바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김정은이 북한 평양에서 장갑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푸틴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NYT는 북한 지도부 경호 업무 담당자들을 포함한 북한 대표단 20여 명이 지난 8월 말 평양에서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이동한 것은 김정은이 방러를 진지하게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대표단의 해당 방러에 약 10일이 걸렸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방러 계획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월25~27일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 70주년을 맞아 북한을 방문하면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정은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 옵션을 제시하며 푸틴의 방북을 요청하자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의 방러를 맞제안했다고 한다.

    NYT 보도와 관련해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판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지도자급 외교적 접촉을 포함해 이러한 협상을 이어갈 것을 기대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공개적인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지난 7월17일 백악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AP/뉴시스
    ▲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지난 7월17일 백악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AP/뉴시스
    앞서 백악관은 김정은과 푸틴이 무기거래를 위해 친서를 교환했다는 정보를 공개하며 이에 대한 경고를 발표했다.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공개적인 약속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양국 간 무기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과 단체를 폭로하고 제재함으로써 직접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3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북한이 러시아와 협상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과 점령을 영속화하는 무기를 제공하지 말라고 계속 촉구할 것"이라며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는 수많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 지난 7월 13일 북한 노동신문은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4월 최초로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라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뉴시스
    ▲ 지난 7월 13일 북한 노동신문은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4월 최초로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라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뉴시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해왔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지난 31일 VOA에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일부 ICBM 기술을 얻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것은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 그리고 국제 사회가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라며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과  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한 고체 연료 ICBM 화성-18형 등 북한이 보유한 무기체계 기술의 일부가 이미 러시아로부터 이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를 도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북한은 몇 달 전 신형 전술핵무기를 과시했는데, 모형이 거의 확실하며 KN-25나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탑재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제공한다면 북한이 사용하는 전구급 미사일은 5~10킬로톤이 아니라 100~200킬로톤 또는 이보다 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