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부부, 9일 청와대서 독립운동 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이종찬 광복회장, 최근 이승만기념관에 "괴물 기념관" 비판광복회장 역사 인식 우려에…尹, 이승만기념관 직접 챙기기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건국운동…선열들 제대로 기억해야"
  •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승만대통령 기념관 건립사업을 직접 챙기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9일 제78주년 광복절(75주년 건국절)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운동 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사업을 도와 달라는 뜻을 전했고, 이 회장은 "적극 돕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만기념관건립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관심이 많다는 것을 많은 분이 알고 있어 건립 추진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이 회장에게 "김 전 총리가 하는 일에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 회장은 "적극 돕겠다. 기념관 설립뿐만 아니라 운영까지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고 동석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전했다.

    이 회장은 "중요한 것은 빨리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성금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보훈부 등 정부가 중심을 잡고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 사업을 직접 언급한 것은 최근 이종찬 회장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동복 신아시아 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국회의원)은 지난 6월 뉴데일리 칼럼 <대한민국 1919년 건국론은 허구···이종찬 광복회는 역사왜곡 중단하라>을 통해 "이종찬 회장이 제23대 광복회 회장에 취임하는 것을 계기로, 광복회의 모든 공식 문서에서는 '서기(西紀) 연호' 대신 '대한민국 연호'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공표했다"며 "그 '대한민국 연호'는 1919년을 '원년(元年)'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2023년인 금년은 '대한민국 105년'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1919년 건국론이라는 부러진 창을 들고 75년의 대한민국 역사를 왜곡·변조하겠다는 2023년판 '풍차 허물기'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고 있다"며 "1919년 4월 3일 상하이(上海)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1948년 8월 15일 서울에서 수립된 '대한민국'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별개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도 뉴데일리 칼럼 <이종찬 광복회장에게···"1919년 건국설 거두시라">에서 "1948년 8월 15일이 아니라 1919년 4월 상해임시정부 출범이 우리 대한민국의 수립이었다는 주장은 분명한 역사왜곡"이라며 "임시정부는 어디까지나 임시정부이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권능을 내외로 인정받는 정식 국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종찬 회장은 이달 1일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기화로 또다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격화해 '독재하는 왕이나 다름없는 대통령'과 같은 모습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승관대통령기념관을 '괴물 기념관'으로 규정하며 "건립된다면 광복회는 반대할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오늘날 대한민국 발전은 1919년 기미 독립선언에서 비롯됐다. 1948년 건국론은 이런 역사의 지속성을 토막 내고 오만하게 '이승만 건국론'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독립유공자 오찬 행사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며 "우리 민족을 넘어서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며 "이분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국가의 정체성과 국가의 계속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김영관 지사님은 광복군으로 활동하셨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국군으로 자원입대하셔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신 참전영웅"이라고 소개하며 "국민을 대표해서 다시 한번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60년간 수유리 광복군 합동묘소에 안장됐던 한국광복군 선열 17위를 대전현충원에 모신 것을 언급하면서 "올해 4월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하다가 1923년 순국하신 황기환 지사님이 꿈에 그리던 고국에서 영면하실 수 있도록 미국 뉴욕에서 국내로 모셨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가오는 8월14일에는 1920년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순국하신 최재형 선생 묘를 서울 국립현충원에 복원하고, 부부 합장식도 거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윤 대통령은 "앞으로 해외에서 순국하신 선열들의 유해를 한 분이라도 더 고국에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독립운동은 빼앗긴 주권을 회복한 이후에도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으로, 그리고 경제발전과 산업화·민주화로 계속 이어졌다"며 "이제는 우리의 독립정신이 국제사회에 책임과 기여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으로 계승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전 인류의 자유와 평화, 번영에 적극 기여하는 국가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의 독립운동이 우리 민족을 넘어서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바로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분들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부연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영관 생존 애국지사, 독립유공자 후손을 지원하고 있는 가수 지누션의 션(노승환 씨), 김좌진 장군 손녀인 김을동 김좌진 기념사업회 고문,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 김황식 전 총리, 김미 김구재단 이사장 등 애국지사 유가족들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이종찬 광복회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영관 애국지사는 현재 생존해 있는 애국지사 9명(국내 거주 7명, 해외 거주 2명) 중 한 명으로, 1944년 일본군에 강제징집됐다 탈출해 1945년 1월 광복군에 입대해 대일 항전활동을 했다.

    광복 후 6·25전쟁이 발발하자 김 지사는 '조국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자진입대해 전쟁을 치른 뒤 육군 대위로 예편했다. 정부는 김 지사의 공훈을 기리기 위해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찬에서 김 지사에게 건강을 기원하며 '무궁화 자수 한산모시적삼'을 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오찬 메뉴로는 독립유공자들이 즐겨 먹었던 모듬전과 설렁탕, 독립운동에 헌신한 안동 권씨 종가 음식인 소고기 떡갈비와 전복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음식들로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