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 8일 이재명 앉혀 놓고 훈시… 한국 외교정책 불만 강력표출외교부 "내정간섭에 해당… 모든 결과는 본인 책임이 될 것"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 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 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외교부가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을 비판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엄중경고했다고 9일 밝혔다. 

    '초치'란 한 국가의 외교당국이 양국관계의 외교적 사안을 이유로 자국에 주재하는 나라의 대사·공사·영사 등 외교관을 자국 외교청사로 불러들이는 행위를 뜻한다. 자국 대사의 본국 소환이나 상대국 대사의 추방, 외교적 기피인물 지정 수준의 강경책은 아니지만, 부정적 성격의 외교적 대응이다.

    싱 대사는 8일 자신의 관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으로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등 한중관계가 악화한 원인이 우리 탓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싱 대사는 또 "한국이 대만문제 등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히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했기 때문" 등의 주장을 폈다.

    이를 두고 싱 대사가 한국의 제1야당 대표를 불러 놓고 사실상 훈시(訓示)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싱 대사를 청사로 불러들여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과 관련해 엄중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장 차관은 "주한 대사가 다수의 언론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며 "우리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차관은 이어 "싱 대사의 이번 언행은 상호 존중에 입각해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려는 양국 정부와 국민들의 바람에도 심각하게 배치되는 것"이라며 "한중우호 정신에 역행하고 양국 간 오해와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장 차관은 "이번 언행과 관련, 외교사절의 본분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라며 "모든 결과는 본인 책임이 될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박진 외교부장관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외교 관례라는 것이 있다"며 "대사의 역할은 (주재국과의) 우호를 증진하는 것으로 오해를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싱 대사가 초치된 것은 지난 4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말참견"이라고 폄훼해 초치된 후 약 1개월 반 만이며, 이번 정부 들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