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아내, 20일 '김용 9차 재판' 증인으로 출석… 잇따라 "증언 거부""하루 하루가 지옥… 남편이 나가서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불안하기 때문"
  •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이자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우자 박모 씨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잇따라 증언을 거부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9차 공판에서 박씨는 유 전 본부장이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아 김 전 부원장에게 건넨 상황과 관련한 여러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박씨는 증언 거부 이유로 "남편을 뉴스와 기사 댓글 등으로 보고 있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니 트라우마도 생기고 (남편이) 나가서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뒤에 누가 따라오지 않나 트라우마 탓에 하루 하루가 지옥이며, 증언 자체가 두렵고 무섭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날 검찰과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2021년 5~6월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하려던 5억원을 가방에서 꺼내 보여준 적이 있는지' 여부를 박씨에게 물었다. 하지만 박씨는 "증언을 거부하겠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검찰에 출석해 "당시 저는 아내와 같이 살았는데, 백팩을 들고 들어가자 아내가 가방이 뭐냐고 물었다"며 "몰라도 된다고 했는데 계속 물어봐서 가방에서 박스를 꺼내 현금을 보여줬다"고 진술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은 "아내가 돈을 보고 '이 많은 것 다 돈이냐'고 물어 '당신은 알면 안 돼. 선거하는 데 다 줄 거야'라고 답했다"면서 "그러자 아내가 '정치 하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이 같은 진술 내용이 사실인지 묻는 질문에도 두려운 표정으로 증언을 거부했다. 

    이에 재판부는 "유동규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바라는 입장인데, 증인께서 증언을 거부하게 되면 역설적으로 유동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적극적인 증언을 독려했다.

    "이재명 둘러싼 죽음, 조폭 그림자 섬뜩"

    박씨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여러 사건과 관련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의 제보자인 이모 씨,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40대 남성 등 다수의 관계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12월10일 자택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는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께 한강유역환경청을 대상으로 한 대장동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관련 로비 명목으로 앞서 기소된 남욱 변호사(천화동인4호 소유주)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5호 소유주) 등 대장동사업자들로부터 뇌물 2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자로 알려진 김 전 처장도 같은 달 21일 오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전 처장은 당시 수사기관에 소환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 대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와 조폭의 그림자는 마치 영화 '아수라'처럼 등골이 오싹하고 섬뜩하다"고 언급했다.

    자동차 구입 과정에 대해서는 또박또박 답변

    검찰 측은 박씨 소유의 'P사 자동차' 구입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검찰이 차량 구입 비용의 출처를 묻자 박씨는 "모친 3500만원, 적금 3000만원, 기존 예금 2000만원, 빌린 돈 750만원, 이전 차량 판매금액 2600만원, 5년 할부로 차를 구매하게 됐다"고 또박또박 설명했다. 

    그러나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이 "고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지 않았느냐"며 "유동규 사건이 터지고 여러 가지 돈이 급해져서 (차량을) 팔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고압적으로 질문하자, 박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다시 답변을 거부했다. 

    현재 박씨는 유 전 본부장의 과거 휴대전화를 폐기했다는 증거인멸죄 혐의 등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혐의로 박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은 법정에서 박씨의 오전 증인 신문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4일, 네 차례 이어진 정치자금법 수수 혐의와 관련해 김 전 원장을 대상으로 한 양측의 주·반대 신문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