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4·3은 김일성 지시로 남로당이 저지른 사건" 재확인민주당 "사과하라" 요구… 태영호 "뭐가 문제인지 납득 안 돼"盧정부 '4·3 진상 보고서'에도 '김달삼' '유혈사태' 적시"4·3은 공산주의자들 폭동으로 일어난 사건" DJ도 공개발언
  •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종현 기자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주 4·3사건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벌어졌다'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주장을 부정하며 "망언"이라고 맹비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태 최고위원은 그러나 '북한 김일성 지시' 주장을 재확인하며 사과를 거부했다. 제주 4·3사건은 민주화운동이 아닌 북한 김일성의 지시를 받은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이 주도한 무장폭동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평양외국어학원·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한 태 최고위원은 2016년 8월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다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사건 75주년인 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4·3사건은 남로당의 무장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남로당과 아무런 관계가 없던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낸 현대사의 비극"이라며 "지금은 남북 분단, 좌우 이념 무력충돌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을 당한 분들의 넋을 기리고 명예를 회복시키며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태 최고위원은 "저도 여기에 힘을 아끼지 않겠다"면서도 "그러자면 역사적 진실을 다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 최고위원은 회의 후 "4·3사건이 일어난 전후 맥락을 보면 소련 공산당에서 '5월10일 대한민국에서의 단독선거를 무조건 파탄시키라'는 지시를 했고, 이것을 받아서 김일성이 평양에 있던 남로당 박헌영에게 전달했고, 정말 5·10단독선거를 파탄시키기 위한 남로당의 활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 최고위원은 "여기에 따라 제주 남로당도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고, 이런 역사의 진실을 부인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의 사과 요구와 관련해서는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특정인들에 대해 조롱이나 폄훼를 한 일도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태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제주를 방문해 처음으로 '제주 4·3사건 북한 김일성 개입설'을 주장했다.

    당시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사건의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발언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태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의 반발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노무현정부 당시 발간된 '제주 4·3사건 진상보고서'를 거론하며 태 최고위원의 발언을 반박했다.

    제주지역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 3명은 "2003년 제주 4·3 진상보고서에는 '제주 4·3은 군·경의 진압 등 소요사태 와중에 양민이 희생된 사건'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며 "과거 남로당 핵심 주동자들도 제주 4·3이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남로당 제주도당이 5·10 단독선거 반대투쟁에 접목시켜 지서 등을 습격한 것이 4·3 무장봉기의 시발"이라고 돼 있다.

    진상보고서는 또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가 군·경을 비롯하여 선거관리요원과 경찰 가족 등 민간인을 살해한 점은 분명한 과오이다. 그리고 김달삼 등 무장대 지도부가 1948년 8월 해주대회에 참석, 인민민주주의정권 수립을 지지함으로써 유혈사태를 가속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판단된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 4·3사건 주동자로 꼽히는 김달삼은 1947년 3월 남로당 제주도당책에 임명됐고, 군사부장까지 겸했다. 그로부터 1년 뒤 김달삼은 4·3사건을 일으킨다. 김달삼은 4.3사건 이후 북한으로 돌아가 황해주 해주에서 열린 남로당 인민대표자회의에 참석했다. 

    여기서 김달삼은 제주 4·3사건에서 자신이 세운 공적을 선전하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달삼은 다른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에 선출되며 영웅 대접을 받았다.

    결국 민주당정부에서 발간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도 4·3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의 무고한 희생 등은 인정하되, 4·3사건이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에서 비롯됐음을 명확히 적시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1998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 일어난 사건이지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으니 진실을 밝혀 누명을 밝혀 줘야 한다"며 제주 4·3사건이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부터 일어났다고 언급했다.

    이에 태 최고위원은 김달삼 등 제주 4·3사건 주동자들이 북한으로 올라가 영웅 대접을 받고 애국열사릉에 묻힌 사실과, 한국의 역사적 기록을 종합해 '김일성 개입설'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태 최고위원의 언행을 '극우적 행태'로 규정하고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제주 4·3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태 최고위원을 겨냥해 "'4·3은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망언을 한 여당 지도부는 사과 한마디 아직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4·3은 공산세력의 폭동이라 폄훼한 인사는 아직도 진실화해위 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부·여당의 극우적인 행태가 4·3정신을 모독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민의힘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가 4·3을 북한 김일성의 사주에 의한 공산폭등이라는 망언을 내뱉어도 제재는커녕 최고위원(태영호)으로 당당히 선출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