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발언, 자동음성인식기에 넣어 보니… 어디서도 '바이든'이란 단어 찾을 수 없어그런데 왜 누구에겐 '바이든'이라 들릴까?… 잡음 많으면 '사전정보' 영향 받기 때문때때로 사전정보는 사람들을 편견과 적개심으로 유도… 언론과 교육이 바로잡아야엉터리 정보 바로해야 할 기자들이 尹 사과 요구… 데이터 변조는 언론자유 아니다
  • ▲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발생한 이른바 '사적 발언' 논란과 관련, 성원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가 "윤석열 대통령 막말 파문 문제의 핵심은 데이터 변조"라는 평가를 내놔 눈길을 끈다.

    30일 성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에 "엉터리 자막은 음성 편집 변조와 비슷한 역할이며, 언론의 입장은 존중돼야 하나 데이터 변조는 사소한 것이라도 용인돼선 안 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왜 어떤 사람에게는 '바이든'이라고 들리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게 들릴까"라고 자문한 성 명예교수는 "MBC와 야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주장하지만, 나의 경우 그 소리를 직접 여러 번 들었는데, 절대 저렇게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성 명예교수는 그러면서 "당연 '바이든'이라고 듣는 사람들의 귀가 더 예민하다 믿을 근거는 없다"며 "나는 오랫동안 음성인식을 연구했는데, 음성인식은 단지 귀에 들리는 소리에만 의존하지 않는데 그건 사람들의 발음이 너무 엉터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성 명예교수는 "음성인식 과정에선 인식률을 올리기 위해 소리를 들어서 얻는 음향정보(Acoustic Information)와 내용을 따라가며 얻는 사전정보(Prior Information)를 결합하는데, 특히 잡음이 많은 음성의 경우 사전정보에 더 의지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듣는 것뿐이 아니고 시각은 물론 거의 모든 판단에 사전정보를 이용하는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은 시각적 판단에서 사전정보가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고 전제한 성 명예교수는 "사전정보는 사람들을 편견으로 유도하기도 하는데, 문명사회는 이러한 사전정보가 유도하는 편견과 적개심의 고취를 막도록 노력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교육과 언론기관이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 명예교수는 이어 "뉴욕 발언은 매우 잡음이 많고 불분명한데, 여기에 MBC는 자의적으로 자막을 달아서 송출했고, 당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자막대로 듣는다"며 "(사람들은) '소리'를 따라 듣지 않고, '자막'을 따라 듣는데, 이는 자막이 매우 선명한 사전정보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이라고 들은 사람이 많은데, 이미 자막을 봤기 때문"이라고 단정한 성 명예교수는 "내가 대통령의 발언을 자동음성인식기에 넣어보았는데, 어떤 음성인식기에서도 '바이든'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성 명예교수는 "물론 대통령이 사용한 일부 단어는 좀 거칠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엉터리 자막 편집과 비교할 사항이 아니며 무엇보다도 야당이나 일부 언론도 이 사항을 가지고 MBC를 옹호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데이터 변조가 언론의 자유와 혼동이 된다면 정직과 투명,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거짓말과 술수, 선동이 난무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성원용 교수 "엉터리 자막, 고의성 있는 악의적 데이터 조작"

    성 명예교수는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서도 비슷한 견해를 고수했다.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Disinformation(허위정보)라는 정확한 단어를 선택했다"고 전한 성 명예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방한한 자리에서 최근 MBC 자막을 붙여 송출한 윤 대통령의 바이든 모욕 논란을 Disinformation이라고 칭했다"고 언급했다.

    성 명예교수는 그러면서 "참고로 엉터리 정보는 두 가지로 쓸 수 있는데, 하나는 Misinformation(고의성이 없는 실수로 잘못 알려진 정보), 다른 하나는 Disinformation(고의성이 있는 엉터리 정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러한 Disinformation을 통렬하게 비판해야 할 기자들이 윤 대통령 사과론을 주장한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토로한 성 명예교수는 "Disinformation에 관대한 사회는 결국 선동의 희생양이 된다"고 경고했다.

    성 명예교수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학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타바버라(UCSB)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로 30여 년간 근무하고 2020년 8월 은퇴한 후 광주과학기술원(GIST) 인공지능(AI)대학원 초빙석학교수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