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행사 직전 페이퍼컴퍼니 '착한이인베스트' 설립… 최대주주는 쌍방울 김성태 당시 회장2018년 11월12일 착한이인베스트에 100억원 전환사채 발행… 이틀 뒤 제1회 대북 행사 개최2019년 4월 KH그룹 계열사들이 착한이인베스트에 50억 융자… 석 달 후 제2회 대북 행사 개최검찰, 쌍방울 법인카드 1억 쓴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 대가성 뇌물 의심… 곧 소환할 듯
  • ▲ 쌍방울그룹 사옥 전경. ⓒ강민석 기자
    ▲ 쌍방울그룹 사옥 전경. ⓒ강민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재직 시절 쌍방울그룹이 경기도 주최 대북교류 행사에 수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북 행사가 열린 시기마다 쌍방울을 둘러싸고 수십억원대 자금 거래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13일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경기도의 대북교류 행사 시기 쌍방울을 둘러싼 자금 흐름에 주목하면서 수상한 돈의 용처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행사를 주도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로 2년 넘게 1억여 원을 사용한 정황을 포착, 그 배경에 어떤 대가성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대북교류 행사 때마다 '착한이인베스트' 중심 자금 움직임

    쌍방울은 2018년 11월12일 착한이인베스트에 100억원어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날은 경기도가 민간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공동으로 대북교류 행사를 주최하기 이틀 전이다. 

    경기도와 아태협은 2018년 11월14일부터 3박4일 동안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 5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행사 직전 쌍방울에 100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착한이인베스트는 사실상 쌍방울의 페이퍼컴퍼니다. 회사는 대북교류 행사가 열리기 2개월 전에 설립됐다. CB 발행 당시 착한이인베스트 최대주주와 쌍방울 대표는 모두 김성태 전 회장으로 동일했다.

    착한이인베스트를 둘러싼 자금 흐름은 2019년 4월에도 있었다. 장원테크와 KH E&T라는 회사에서 각각 30억원과 20억원을 착한이인베스트에 빌려 줬다. 이들 모두 KH그룹 계열사로, KH E&T의 최대주주가 장원테크다. 한몸인 회사가 같은 시기 50억원을 착한이인베스트에 투입한 것이다.

    이후 3개월이 지난 2019년 7월 경기도와 아태협은 필리핀에서 제2회 대북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제2회 행사 때도 리종혁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했다.

    경기도와 아태협이 주최한 대북교류 행사는 1회 개최에 8억원 넘는 비용이 들었다. 애초 사업비는 공동 주최 측인 경기도가 전부 지원하기로 했지만, 예산안의 도의회 통과가 힘들어지면서 아태협이 부족한 비용을 부담했다. 그리고 아태협의 후원자로 쌍방울그룹이 나섰다. 

    경기도의 대북교류 행사를, 쌍방울이 아태협이라는 단체를 앞세워 이른바 '우회지원'한 것이다.

    대북교류 행사와 겹쳐 착한이인베스트에서는 거액의 자금이 흘러나왔다. 제1회 행사가 끝난 2018년 말 기준 착한이인베스트에서 대표이사가 대여금 명목으로 꺼내간 돈은 약 4억9000만원이다. 제2회 행사가 치러진 2019년 말에 이르러서는 흘러나간 돈이 52억700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중 35억원 상당은 아직 회수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쌍방울 측은 "과거 쌍방울의 재무제표가 좋지 않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 오너였던 김성태 당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착한이인베스트를 설립, 자금을 운용했다"며 "부당한 거래는 없었다"고 노컷뉴스에 밝혔다. 

    KH그룹도 "착한이인베스트에 돈을 대여한 것은 7.5%를 이자로 받은 기업 간 정상 거래였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착한이인베스트서 유출된 35억원 회수 안 돼

    검찰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을 수상히 여기면서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를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이사는 2년 넘게 쌍방울 법인카드를 지급받아 1억여 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은 최근 그의 킨텍스 집무실과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대표이사는 2017년 3월부터 이듬해 6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발탁되기 직전까지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후 평화부지사 시절에는 경기도와 아태협의 대북교류 행사 유치에 앞장서면서 두 차례나 북한을 방문했다. 

    이 대표이사가 쌍방울 법인카드로 취한 이득과 경기도 대북 행사에 쌍방울이 우회지원한 것 사이에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가 검찰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조만간 이 대표이사를 소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