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MBC 특보, 총체적 부실‥ 시청률도↓""호우특보라면서 '낮 상황' 담은 제보영상 틀어""40분 동안 같은 내용 '3번 반복'… 시간 때우기""무책임한 반복 구성, 느슨해 보이는 필러 방송"
  • ▲ 지난 8일 오후 '뉴스특보'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상황을 전하고 있는 MBC 뉴스.
    ▲ 지난 8일 오후 '뉴스특보'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상황을 전하고 있는 MBC 뉴스.
    지난 8일 오후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것과 관련, 공영방송 MBC의 '재난방송'이 타 방송사에 비해 미흡했다는 지적이 MBC 내부에서 나왔다.

    MBC의 대처는 시청률에서 드러났듯이 '낙제점'이었다는 게 MBC 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이 내린 결론. MBC노조는 지난 9일 배포한 성명에서 "대응은 안일했고, 방송 내용도 형편없어 총체적 부실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이날 MBC의 호우 특보가 세 가치 측면에서 허술했다고 평가했다.

    "현장성 없는 특보"

    먼저 MBC노조는 "MBC의 특보는 현장성이 없는 특보였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이날 저녁 8시를 전후해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폭우가 집중돼 피해가 잇따르자, SBS는 대치역사거리와 서초동, 강남대로의 실시간 CCTV를, 또 KBS는 여기에 더해 영등포 보라매역, 도림천, 탄천주차장, 동작동의 CCTV를 보여주며 실시간으로 재난 상황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두 방송사의 호우 특보에선 물에 잠긴 차량들과 아슬아슬하게 대피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생생히 담겼는데, MBC엔 이런 화면이 없었다고 밝힌 MBC노조는 "기상센터 연결 때 한 컷 소개된 게 전부인데, 쓸 수 있는 화면을 왜 무시했나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SBS(21시 55분)와 KBS(22시 04분)보다 늦게(22시 28분) 특보를 시작했는데도 이런 중요한 화면을 준비하지 못한 건 납득이 안 된다"며 "남들은 실시간 상황을 경쟁적으로 전하는 동안 MBC는 인천과 중랑천 등의 낮 상황을 담은 제보영상 위주의 화면을 내보냈다"고 짚었다.

    "시간 때우기식 재난방송"

    두 번째로 MBC노조는 "MBC의 특보는 시간 때우기식 재난방송이었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MBC 특보는 41분 동안 잠수교와 의암댐 중계차 연결, 제보영상 소개, 비피해 대처법, 기상센터 연결 등으로 구성했는데, 똑같은 내용을 무려 3번씩이나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고 그대로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애초 의례적으로 10분짜리 특보를 잡았다가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까 40분으로 시간을 늘렸는데 결국 내용은 10분짜리였다"고 비판한 MBC노조는 "이후 MBC는 방영 중인 드라마를 끊고 예정에 없던 특보를 한 번 더 추가했지만 역시 내용은 별 차이가 없었다"고 혹평했다.

    MBC노조는 "결과적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특보 횟수와 시간만 늘린 셈인데, 재난방송에 노력했다는 기록 남기기에 불과했다"며 "MBC가 무성의하게 시청자를 우롱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일한 대응"

    MBC노조는 MBC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뉴스데스크가 나가던 시점에 이미 서울 강남은 물바다로 변했고, 박성호 뉴스룸국장은 특보를 지시해 놓고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당시 상황을 되짚은 MBC노조는 "의례적인 10분짜리 특보 2번이었다. MBC는 특히 마감뉴스가 없기 때문에 타사보다 더욱 철저히 특보를 준비시켰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인력 배치'에서도 안일함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야근자 외에 사건데스크와 취재기자 1명만이 추가로 남아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인력은 10분짜리 면피용 특보를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결과는 부실한 내용에 무책임한 반복 구성, 느슨해 보이는 필러 방송이었고, 시청률은 꼴찌였다"고 씁쓸해 했다.

    이처럼 MBC의 특보를 조목조목 비판한 MBC노조는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에 유리한 편파방송으로 일관해 온갖 비난을 받고 있는 박성제 사장과 박성호 국장은 정작 힘써야 할 공영방송의 책무를 등한시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