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친민주' 시민단체 몫 키워 공영방송 장악 노려""공영방송운영위 25人 중 親민주가 2/3…사장선임 좌지""겉으론 정파성 배제… 속으론 언론노조 계열 지분 늘려"
  • ▲ 18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자유언론국민연합,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행동하는자유시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소속 조합원과 회원들. ⓒKBS노동조합 제공
    ▲ 18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자유언론국민연합,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행동하는자유시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소속 조합원과 회원들. ⓒKBS노동조합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정안(방송법 개정안)'이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겠다는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민주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악법'이라는 지적이 언론계 내부에서 제기됐다.

    민주당이 지난 12일 공영방송(KBS·MBC·EBS) 이사회를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개편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직후 보수 성향의 KBS·MBC노동조합은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연달아 내놓으며 민주당의 입법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선 상황.

    지난 대선 기간 공영방송의 정치적 편향성 사례를 적발해 온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도 "민주당의 개정안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저급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성명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였고,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등 전·현직 언론인 단체들은 18일 오전부터 여의도 국회 앞 정문에서 해당 개정안의 임시국회 통과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로 여론 환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 동의 없이 사장 임명 못하도록 선출 구조 변경"

    논란이 된 법안은 독일 공영방송 ZDF의 방송평의회를 모델로 삼은 '공영방송운영위원회'안이다. 지난해 말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60명의 평의원이 참여하는 독일식 공영방송평의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던 민주당은 지난 12일 이 방식을 축소·준용한 방송법 개정안을 최종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날 민주당은 "KBS 이사는 7대 4,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6대 3으로 사실상 정부·여당이 사장 선출권을 갖는 기존 선임 방식을 개선해야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앨 수 있다"며 이사회를 운영위원회로 바꾸고, 25명의 운영위원을 미디어 전문가 및 '국민 대표성'을 갖는 인사들로 구성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소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국회에서 6명 ▲시도광역단체장 협의회에서 4명 ▲정부에서 2명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에서 5명 ▲방송 관련 직능단체에서 8명을 추천해 총 25명의 운영위원이 기존 공영방송 이사회의 기능을 대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개정안을 제안한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국회 몫으로 여·야가 각각 3명씩 추천하고, 행정부는 2명, 지역도 여야로 나눌 수 있어 이를 합해도 3분의 1 안팎밖에 되지 않는다"며 "특정 정파의 영향력을 배제하겠다는 게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대 공영방송 노조와 전·현직 언론인 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대외적으로는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민주당의 동의 없이 사장 임명을 강행할 수 없도록 선출 구조를 바꾸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각 공영방송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인사 중 민주당과 민주노총 언론노조 계열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해 사실상 민주당이 마음대로 대표이사를 뽑을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국민 대표성도 없는 '친언론노조' 현업단체가 사장 선임 관여"


    지난 14일자 성명에서 민주당의 개정안을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이라고 규탄한 KBS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은 "이 법안에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공영방송사가 망하든 말든, 거덜 나든 말든 오로지 민주노총 언론노조 계열의 사장이 국민의 방송을 영구 장악하려는 야욕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며 25명의 운영위원을 구성할 인사들의 출신과 배경을 예상했다.

    이에 따르면 ▲의석 수를 감안할 때 6명의 '국회 추천인사' 중 민주당 추천인사는 3~4명으로 채워지고 ▲2명의 '행정부 추천인사'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선출될 경우, 2명 다 친민주당 인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4명의 '지역대표 추천인사'는 영호남·충청·강원권으로 배분할 경우 민주당과 언론노조 계열 인사가 최소 2명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고 ▲5명의 '학계전문가'는 보수적인 기준으로 봐도 민주당과 언론노조 계열 인사가 최소 2~3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8명으로 인원수가 가장 많은 '현장전문가'는 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기술인연합회 등이 추천단체로 꼽혀 언론노조 계열 인사가 최소 6~7명 될 것으로 전망됐다.

    KBS노조는 "합산해보면 운영위원회에서 친민주당·언론노조 인사들이 최소 15~17명가량 돼 전체 인원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는 산술 계산이 나온다"며 "아주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언론노조 계열 인사가 공영방송사 사장 자리를 두고두고 차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친구들'로 영구적 방송 장악 노리는 민주당"

    MBC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도 "민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독일식 방송평의회 제도는 좌파진영에서 정부, 국회, 자치단체,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 몫의 절반 가량인 8명 이상을 확보한 뒤 방송 관련 직능단체 8명을 '싹쓸이'하려는 노림수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7일 '여론 악화 뚫고 방송장악하려는 방송평의회 제도'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 같이 주장한 MBC노조는 "방송 관련 직능단체는 방송기자연합회, 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 구성원은 대부분 언론노조원으로 '언론노조의 친구들'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민이 분노하는 좌파성향 편파방송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지속해온 언론노조 소속 기자와 PD들이 다시 공영방송의 사장을 뽑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MBC노조는 "지난해 같은 당의 김회재 의원이 처음 독일식 방송평의회안을 제시했을 때 '정치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시민단체를 정치적 논란 없이 뽑을 수 있느냐?' '과연 어떤 단체가 대표성을 갖느냐?'고 비판했던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갑자기 독일 방식을 모형으로 한 개정안을 내놓았고, 민주당은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며 "정 의원은 자신이 제기한 '과연 어떤 단체가 대표성이 있느냐?'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MBC노조는 "일종의 반공영체제인 MBC를 25명의 '책임지지 않는 운영위원'들이 관리하다 보면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노인(老人)'으로 전락해 변화와 혁신 경쟁에서 낙오하고 말 것"이라며 "국민의 수신료로 4000명의 직원을 먹여 살릴 생각이 아니라면 25명의 뜬구름 잡는 공영방송운영위원회안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선거에 패하고도 기득권 지키려 '저급한 꼼수' 획책"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운영위원장 최철호)은 18일 배포한 '민주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정안을 규탄한다!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차기 정부 출범을 코앞에 앞두고 민주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정안 처리를 선언하면서 지지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것은 뻔뻔하고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헛소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국민감시단은 "민주당이 해당 개정안 추진을 선언하기 직전, 언론노조는 방송기자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기술인협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협회를 동원해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사전에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정안 추진을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국민감시단은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25명의 이사 중 가장 많은 추천 권한을 언론노조·방송기자협회·한국PD협회 등에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들 단체는 기본적으로 특정 직종의 사람이 소속 구성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이익 단체에 불과한데, 도대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들 단체에게 '국민 대표성'을 주었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나머지 학계나 지역대표 역시 마찬가지"라며 "누군가 이들을 추천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국민이 선거를 통해 위임한 국회나 정부가 아니면 누가 어떤 이유로 이들에게 국민 대표성을 줄 수 있다는 말이냐"고 질타한 국민감시단은 "영국의 BBC, 프랑스의 텔레비지옹, 일본의 NHK 등 해외 공영방송사의 사장 추천 구조는 이익단체보다 국민 다수가 투표로 선택한 정부나 여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선거에 진 야당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익 단체가 국민을 대표하거나, 공영방송사의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한 국민감시단은 "정부·여당이 공영방송사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거나, 자신들의 홍보 기구로 악용할 경우 차기 선거 등에서 책임을 지는 구조가 상식적이고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의 운영위원을 추천하도록 한 내용이 없고,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방송 편성에 개입하거나 경영에 참여한 바도 없다"며 "국민의힘과 정의당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정치 세력에게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정치권력 입김이 닿지 않게 할 방송법 개정'을 요구했을 뿐, 언론노조는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할 뜻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