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방부, 지난해 9월 이미 도입예산까지 책정… 인도-파키스탄 교전서 성능 입증노르웨이·핀란드 혹한에도 문제 없어… K9 수출로 호주 5조원 장갑차사업도 청신호
  • ▲ K9 자주포 부대의 사격훈련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9 자주포 부대의 사격훈련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호주가 차기 155mm 자주포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 7개국에서 사용 중인 K9을 선택했다. 

    방위사업청은 13일(이하 현지시간) 호주 국방부 획득관리단(CASG)과 K9 자주포 제작사 한화디펜스가 정식 계약했다고 전했다.

    K9 자주포 호주 수출, 삼성테크윈-한화디펜스로 이어진 11년 노력의 결과

    K9 도입 계약 규모는 약 1조원이다.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 운반 장갑차 15대, 시뮬레이터 등 교육·지원장비와 훈련 지원, 후속 군수 지원 등이 패키지로 포함됐다. 생산도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서 할 계획이다. 

    호주 육군은 K9 자주포에 ‘헌츠맨(Huntsman·호주에 서식하는 농발거미의 일종)’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이번 계약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뤄낸 것이 아니다. 삼성테크윈이 시작해서 한화디펜스까지 11년 동안 이어진 노력의 결과다. 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때에 맞춰 계약한 것뿐이다.

    호주 국방부는 지난해 9월3일 호주 육군 현대화계획 가운데 하나인 ‘랜드 8116(자주포 획득사업)’ 사업의 우선공급자로 한화디펜스를 선정했다. “호주 국방부 결정에 따라 한화디펜스는 제안서 평가와 가격 협상 등을 진행한 뒤 2021년 최종 계약을 할 예정”이라고 당시 매일경제 등이 보도했다.

    호주에 K9 자주포를 수출하려는 노력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제조사인 삼성테크윈은 현지법인을 세우고 뛰었다. 그 결과 호주 육군 자주포사업의 우선협상대상 장비로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호주정부가 국방예산을 감축하면서 2012년 사업 자체가 중단됐다. 

    2015년 삼성테크윈을 물려받은 한화디펜스가 재도전했다. 한화디펜스는 2019년 1분기 호주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현지 직원들을 채용하고 현지 생산계획을 세우는 등 K9 자주포 수출 기회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사실상의 수출계약을 따낸 것이다.

    세계 자주포시장 절반 차지한 K9… 인도-파키스탄 교전 때 중국산 자주포 압도

    호주는 이번 계약으로 여덟 번째 K9 자주포 운용국이 됐다. 방사청에 따르면, 현재 한국을 포함해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나라는 터키·폴란드·인도·핀란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 등 7개국이다. 한국군은 1300여 문을 운용 중이며, 해외 6개국에 수출한 물량은 600여 문이다.
  • ▲ 노르웨이 설상에서 시험 중인 K9 자주포. 혹한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르웨이 설상에서 시험 중인 K9 자주포. 혹한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K9 자주포는 수출할 때마다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가졌다는 독일제 PzH2000 자주포와 경쟁했다. K9이 PzH2000를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별 차이 없는 성능에 저렴한 가격이다. 

    글로벌시큐리티 등 해외 안보 전문 매체에 따르면, PzH2000 자주포 가격은 대당 800만 달러(약 94억5200만원)다. 탄약 운반 장갑차와 시뮬레이터, 교육훈련 등을 포함한 1세트 가격으로 따지면 130억원에 육박한다. 

    반면 K9은 탄약 운반 장갑차 K10과 시뮬레이터 등을 합친 1세트 가격이 50억원 미만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성능은 큰 차이가 없다.

    일각에서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으로 실전에서의 성능을 입증했기 때문에 K9 자주포가 잘 팔리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외에 인도-파키스탄 카슈미르 포격전, 터키와 쿠르드노동자당 포격전 등의 실전 사례도 있다.

    그 중에서 인도-파키스탄 포격전은 중국 등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2017년 4월 인도는 한화디펜스와 K9 자주포 100문 도입계약을 했다. 이후 인도는 처음 받은 10문을 파키스탄과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 배치했다. 

    2019년 초부터 시작된 파키스탄과 분쟁 당시 인도는 K9으로, 파키스탄은 중국제 150mm 자주포 SH-1 36문으로 포격전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인도 K9은 피해가 없었지만 파키스탄 SH-1은 모두 파괴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측 전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인도는 K9의 추가 도입을 결정했다. 반면 파키스탄은 중국 측에 무기 성능에 따른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사막과 자갈밭인 인도 카슈미르 지역부터 노르웨이·핀란드 등 혹한에서도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검증받은 점 또한 K9 수출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한화디펜스, 다음 목표는 5조원짜리 호주 차기 장갑차사업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K9 수출을 통해 한화디펜스가 호주 육군의 미래형 장갑차사업 수주에도 한 발 더 근접했다고 평가한다. 호주 육군은 8종류 400여 대의 장갑차 및 장갑차량 도입사업을 진행 중이다. 5조원의 예산을 책정한 상태다.

    한화디펜스는 자체개발한 장갑차 ‘레드백’으로 도전장을 낸 상태다. 지난해 9월 최종 후보 장비 2종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지난 11월부터는 호주 육군 주관으로 현지 시험평가를 진행 중이다.

    호주 당국이 장갑차사업 선정 과정에서 현지 기업의 납품과 일자리 창출에 큰 비중을 두는 만큼 K9 자주포 공장을 빅토리아주에 설립한 한화디펜스가 경쟁업체보다 더 우월한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