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맹꽁이, 압사·도난 위험에 '무방비'… 겨울잠 자는데 보호대책도 부실
  •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맹꽁이 대체서식지. ⓒ이상무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맹꽁이 대체서식지. ⓒ이상무 기자

    대장동 개발로 서식처를 옮긴 맹꽁이가 성남시의 부실한 관리로 위험 상태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맹꽁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분류된다.

    맹꽁이 대체서식지를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을 통해 서식지 이전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보존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본지 기자가 찾은 대장동공원에는 맹꽁이 서식처가 출입문이 잠기지 않은 상태로 방치된 모습이었다. 주변에는 CCTV도 감시체계도 소홀해, 맹꽁이의 훼손 또는 도난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출입구 안내문에는 "맹꽁이가 안전하게 활동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보호에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정작 인적이 잦은 길가에는 맹꽁이 보호를 위한 주의사항 등을 안내하는 표시가 없었다.

    2018년 6월 대장지구에 멸종위기종인 맹꽁이가 서식한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한강유역환경청은 성남시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 측은 요청 하루 만에 맹꽁이 서식 확인과 서식지를 옮길 계획이 담긴 계획서를 제출했다.

    성남의뜰은 한 달 뒤 부지 내 맹꽁이 95마리를 포획해 지금의 서식지에 방사했다. 포획 기간에는 공사도 중단했다.

    성남의뜰, 맹꽁이 95마리 강제이주

    울타리로 둘러싸인 현재 서식처 내부는 풀숲을 이룬 상태였다. 전날까지 상당한 비가 내린 탓에 땅은 진흙이었고 곳곳에 물웅덩이도 보였다. 특히 10월 초부터 겨울잠에 들어가는 맹꽁이의 특성상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지 않으면 맹꽁이가 사멸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인근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출입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주민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내버려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보안대책과 관련해서도 "다른 지역의 (맹꽁이) 대체서식처도 주민들의 통행을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 대장동 맹꽁이 대체서식지 출입문이 열린 채로 방치돼 있다. ⓒ이상무 기자
    ▲ 대장동 맹꽁이 대체서식지 출입문이 열린 채로 방치돼 있다. ⓒ이상무 기자

    전문가의 견해는 다르다. 서울시립대 도시과학연구원은 2019년 발간한 '맹꽁이 대체서식지 조성 평가 및 유지관리 방안 연구' 논문에서 "주변 환경과 조화 측면에서 위협요인은 로드킬, 배수로 빠짐 현상, 습지 내부로 이용자 접근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서식지 사람 출입 통제해야"

    환경부는 2013년 '대체서식지 조성·관리 환경영향평가 지침'을 통해 "(맹꽁이) 서식지의 사람 출입이나 인위적 교란활동을 통제해야 한다"며 △출입 제한 △차폐식재 보강 △쓰레기 제거 △일정 면적의 수역 확보 △생태안내원 배치 △나무 등의 절취행위 금지 등을 방안으로 명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서울 용산구 노들섬 맹꽁이숲을 방문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맹꽁이 보존에 매진해 달라"고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대장동 맹꽁이 대체서식지 마련을 담당했던 인물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모 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곽씨는 지난 9월 성명을 통해 "퇴직금은 7년간 근무한 공적을 회사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며 "멸종위기종 발견으로 인해 공사가 중지될 뻔한 상황을 조속히 대처하였다"고 자신의 업무를 설명한 바 있다.

    성남의뜰, 맹꽁이 문제 사전 인지한 듯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성남의뜰이 2018년 6월 한강유역환경청에 환경피해 방지 조치계획서를 제출한 것은 요청 당일이었다. 규제당국에서 확인을 요청하자마자 조치계획서를 제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개발업체가 제기된 사안에 대해 조사하고, 조치계획을 세워 당국에 답변하기까지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정애 환경부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문헌조사로 했다고 한다. 다른 요소들은 언급됐지만 맹꽁이는 언급되지 않았다"며 "국민신문고에 맹꽁이 서식이 신고되기 이전에도 (성남)지역에서는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