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2019년 7월부터 1년간 8차례 대법관실 찾아… 이재명 대법 선고 전후 방문 집중돼권순일, 이재명 무죄 판결서 '캐스팅보트' 역할… 선고 4개월 뒤 화천대유 고문 영입김만배 "인사 차원, 재판 관련 언급 안했다"… 법조계 "대법관 만남 일반적인 것 아냐"
  • ▲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권순일 전 대법관 방문 기록이 공개되고 있다. ⓒ뉴시스
    ▲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권순일 전 대법관 방문 기록이 공개되고 있다. ⓒ뉴시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전후해 권순일 전 대법관을 8차례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권 전 대법권은 당시 재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주도했다고 알려졌고,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며 거액의 돈을 챙긴 바 있다.

    1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20 대법원 출입 내역'에 따르면, 김씨는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21일까지 1년여 간 8차례 권 전 대법관실을 찾았다. 당시 모 경제지 법조기자였던 김씨는 자신의 신분을 '기자'로 적었다.

    김만배, '기자' 신분으로 대법관실 8차례 방문

    주목할 점은 이 지사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대장동 개발이익 공공환수 공표' 등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사건에 따른 대법원 선고가 지난해 7월16일에 있었는데, 이 시점을 전후해  김씨가 권 전 대법관을 자주 찾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6월9일 권 전 대법관을 찾았고, 6일 뒤인 15일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다음날인 16일 김씨는 권 전 대법관을 다시 찾았다. 이들이 만나고 이틀이 지난 6월18일 대법관들은 전원합의체 첫 심리를 열고 이 지사 사건을 논의했다.

    권순일 찾은 시점은 대법 '이재명 무죄' 판결 전후한 때

    지난해 7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지사 사건 대법관 7 대 5 의견으로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려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권 전 대법관은 당시 주심 대법관은 아니었지만, 이 자리에서 무죄 취지의 의견을 내며 이 지시의 무죄 판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들이 5 대 5로 나뉜 상황에서, 자기 차례에 무죄 의견을 내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까지 무죄 의견에 힘을 실어 주면서 이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무죄 판결 다음 날인 지난해 7월17일 김씨는 권 전 대법관을 다시 찾았다.

    유·무죄 의견 팽팽할 때 무죄 힘 실은 권순일… 화천대유 고문 활동으로 연봉 2억원

    김씨는 지난해 8월에도 5일과 21일 두 차례 대법관실을 방문했다. 김씨는 이 밖에도 2019년 7월16일, 2020년에는 3월5일, 5월8일과 26일, 8월21일에도 대법원을 출입하며 방문 장소를 '권 전 대법관실'로 기재했다.

    지난해 8월5일에는 방문 장소를 '대법관실'로만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도 권 전 대법관을 만났다면, 두 사람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대법관실에서 총 9번 만난 셈이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퇴임 후 같은해 11월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돼 연봉 2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씨는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낸 성명에서 권 전 대법관을 방문한 것은 단순 인사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권 전 대법관을 3∼4차례 만났을 뿐이다. 재판에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이 없다"며 "권 전 대법관은 동향분이라 가끔 전화도 하는 사이여서 인사차 3∼4차례 방문한 사실은 있으나 재판에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만배 "동향분이라 인사차 방문"

    "출입신고서에 (만나려는 후배) 해당 법조팀장을 기재하면 그가 출입구까지 본인을 데리러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밝힌 김씨는 "대부분 (대법원) 청사 내에 근무하는 후배 법조팀장들을 만나거나 단골로 다니던 대법원 구내 이발소 방문이었다"고 덧붙였다.
  • ▲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권순일 전 대법관 방문 기록이 공개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김씨가 이 지사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권 전 대법관에게 로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서울고법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당시 이재명 지사에 대한 판결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며 "권순일 전 대법관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런 사람을 판결 전후로 만났다면 의심해볼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사건은 이 지사에게는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었던 데다 논란의 여지가 컸던 판결이기에 더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김씨와 권 전 대법관의 관계를 보면 당시에 어떤 식이든 얘기가 오가지 않았겠느냐 하는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합리적 의심 자초한 매우 부적절한 처신"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두 사람이 왜 만났는지 정확한 조사를 하기 전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 의심을 자초할 만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관을 이렇게 만나는 것은 절대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라며 "이 지사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은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인데,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충분히 소명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지사직 걸린 중요 사건 앞두고 로비 한 것 아닌지"

    홍세욱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상임대표는 "이번 사건이 이재명 지사와 연계가 됐든 안 됐든 의심스러운 부분은 있다"며 "이 지사가 지사직을 상실하게 되면 자신의 사업 역시 위험하게 되니 어떤 식으로든 로비를 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홍 상임대표는 "결국 로비를 통해 대가성으로 권 전 대법관을 화천대유 고문으로 받아준 것이라는 정황이 의심되는 것"이라며 "이 부분 역시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지는 권 전 대법관의 견해를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권 전 대법관에게 신분을 밝힌 뒤 견해를 듣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 후 재차 통화를 시도했을 때는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 ▲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