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0일" vs "5월11일" 충돌에 靑 대답 못해… 영화 '강철비'에선 당선인이 현직 대통령 '패싱'
  •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만료 시점을 놓고 서로 다른 법적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하루 차이지만 법 해석에 따라서는 임기만료 시점이 2022년 5월9일 자정이 될 수도, 5월10일 자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년 5월10일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경우 국군통수권자 공백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선 직후 북한의 도발에 온건파인 대통령당선인이 강경파인 현직 대통령과 신경전을 벌이는 영화 <강철비>의 장면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문 대통령의 임기만료 시점과 관련,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법제처 등 관련 정부부처에 질의했으나 모두 "소관사항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임기 1년 남았는데 선관위 "검토 필요사항"

    이들 부처가 공통으로 소관기관으로 지목한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의 임기만료에 관해서는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임기가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당사자인 청와대조차 명확한 법적 해석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확한 법리 해석은 선관위가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14조 1항은 "대통령의 임기는 전임 대통령의 임기만료일의 다음날 0시부터 개시된다. 다만 궐위로 인한 선거에 의한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궐위(전직 대통령 탄핵)로 실시된 2017년 5월9일 선거에 당선됐으며, 선관위는 다음날인 10일 오전 8시9분 문 대통령 당선을 확정했다.

    초일 불산입에 의하면 文 임기 시작 5월11일

    오전 0시부터 시작하는 때가 아니라면 기간의 시작일은 계산하지 않는다는 '초일 불산입' 원칙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임기 개시일도 당선이 확정된 10일이 아닌, 그 다음날인 11일부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민법 제157조에 나오는 초일 불산입 원칙은 법령 등에서 정한 적이 없는 기간을 계산할 경우에 통용된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취임 당일인 5월10일 대통령 권한을 행사했기 때문에 10일을 임기 시작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법에서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로 임기 개시일을 특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중대 도발이 발생하면, 청와대에서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 수위를 결정한다. 

    문제는 내년 5월10일 이 같은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방부가 문 대통령 지시를 들어야 할지, 차기 대통령 지시를 들어야 할지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 ▲ 영화 '강철비'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현직 대통령(왼쪽)과 대통령 당선인. ⓒ네이버 영화
    ▲ 영화 '강철비'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현직 대통령(왼쪽)과 대통령 당선인. ⓒ네이버 영화

    영화 <강철비>에서도 유사한 장면 나와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태에 빠지는 급변사태를 가정한 영화 <강철비>에서는 현직 대통령인 '이의성'과 대통령당선인 '김경영'이 청와대에서 차를 마시던 중 외교안보수석이 들어와 "개성공단에 있던 중국 인사들이 남한으로 피신할 수 있게 출입소를 열어 달라는 중국 외교부의 요청이 왔다"고 보고한다.

    이에 당선인 김경영이 "문을 개방하라"고 먼저 지시하고, 이의성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며 정식으로 다시 지시한다. 급한 상황에서는 아직 취임하지 않은 당선인이 현직 대통령을 '패싱'할 수 있다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두 사람은 북한에 선제 핵 폭격을 가하는 문제를 두고도 설전을 벌인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의성은 "우리에게 언제 이런 좋은 기회가 있었느냐"며 폭격을 주장하지만, 김경영은 "대한민국은 이미 인구성장률이 꺾이고, 경제성장률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까놓고 말해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며 "통일에 대한 당위가 이해가 안 되면 북한을 최소한 이익의 눈으로라도 보라"며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반대한다.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한 이의성은 "아직 내게 결정할 임기가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고, 김경영은 "역사의식도 없는 사람에게 임기가 남은 것 불행"이라고 한탄한다. 

    결국 영화는 북한에 선제 핵 폭격을 가하는 대신 국군이 북한의 군부 쿠데타 세력을 진압하는 식으로 내용이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