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말로는 "사교육 줄이겠다"더니 정작 정책은 '역주행'… "갑자기 EBS 연계율 낮춰 부작용 커"
  •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EBS 연계율'이 축소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단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EBS 연계율'이 축소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EBS 연계율'이 축소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어 영역의 EBS 연계 방식이 직접 연계에서 간접 연계로 바뀌고,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습결손이 커진 점도 사교육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EBS 강의·교재 외의 다른 사교육 접근이 쉽지 않은 농어촌·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EBS 연계율 축소', 사교육업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16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EBS 교재·강의와 수능의 연계율을 영역·과목별 문항 수를 기준으로 기존 70%에서 50%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그 이유를 "EBS 교재 문제풀이 방식의 수업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 문제가 EBS 교재에서 대거 출제되면서 정작 교과서는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능의 'EBS 연계율'이 낮아지면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져 결국 '사교육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18일 통화에서 "정부의 'EBS 연계율 축소' 방침을 듣고 대부분의 교육관계자와 학부모·학생들이 사교육에 대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며 "실제로 '사교육 의존도'가 올라갈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사교육업체들이 이러한 사실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文 정부, 말로는 "사교육 줄이겠다"... 실제로는 '역주행' 정책

    '수능과 EBS 연계 정책'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사교육비 경감 대책 중 하나로 도입됐다. 이후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EBS 연계율'이 70%로 대폭 올라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이로 인해 고등학생들이 'EBS 문제풀이 기계'가 됐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농어촌이나 저소득층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EBS 연계율' 축소로 "사교육을 줄이겠다"면서 자사고 폐지 등 온갖 정책을 쏟아냈던 문재인 정부가 정작 가장 중요한 대학입시 정책에서 거꾸로 사교육을 늘리는 방향으로 '역주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영어 영역의 EBS 연계 방식이 지문을 그대로 출제하는 직접 연계에서 소재·원리 등만 유사한 간접 연계로 바뀌는 것이 '사교육 의존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평가원은 지문과 문항을 통째로 암기하는 방식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수험생으로서는 낯선 지문이 늘면 체감상 난이도가 높아져 사교육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최 모군은 "EBS와 연계되지 않는 문항이 전체의 절반이나 출제되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렇게 되면 EBS는 기본으로 하면서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사교육 하는 학생도, 안 하는 학생도 부담… 교육당국 대책 마련해야

    'EBS 연계율 축소'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습결손을 걱정하는 고등학생들의 사교육 의존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감소했지만 고등학생의 경우 3억1155억 원으로 전년보다 0.3% 올랐다. 

    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도 월평균 38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2만2000원 늘었으며, 사교육을 받은 학생 1인당 비용 역시 64만 원으로 5.2% 증가했다. 전체 학생 중 비용을 지불하고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비율을 의미하는 '사교육 참여율'도 전년 대비 0.3%p 오른 60.7%로 조사됐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통화에서 "학생들이 수능 공부할 때 EBS 교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제가 있어 수정하기는 해야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EBS 연계율'을 큰 폭으로 낮춰버리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EBS 연계율 축소'로 서울 등 수도권·도시 학생은 사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신 본부장은 "농어촌·저소득층 학생은 EBS 이외의 다른 사교육을 받기 힘든 만큼 교육당국이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