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 설치해, 검찰 직접수사권 이관… 野 비토권 무력화 '공수처법'과 판박이
  • ▲ 김승원·민형배·장경태·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제정안)을 지난 8일 발의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 김승원·민형배·장경태·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제정안)을 지난 8일 발의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기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법안은 검찰 수사로 '피고인' 신분이 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역시 '피고인' 신분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도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與,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발의

    김승원·민형배·장경태·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제정안)을 지난 8일 발의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이 지난해 12월29일 대표발의한 '공소청 설치법' '검찰청 폐지법'이 검찰을 없애고 공소 제기와 유지 등을 공소청에서 담당하도록 한 것이라면, 중대범죄수사청은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는 기구다. 

    중대범죄수사청설치법 대표발의자는 경찰 출신인 황운하 의원이다. 그는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20년 1월29일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다. 

    법안에 이름을 함께 올린 최강욱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한 혐의(업무방해)로 지난 1월28일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최 의원과 검찰은 2심 재판부가 다시 판단해달라며 항소장을 낸 상황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는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구성과 청장 임명 절차 등 총 29조에 달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은 △수사관 사무를 총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수사청으로 이관 △중대범죄수사청에 청장(수사총감)·차장(수사정감)·수사연구관 등을 두고 △청장후보추천위(7명)가 청장후보 제청 뒤 대통령이 임명하는 점 등이다. 

    특히 수사총감과 수사정감은 경찰의 치안총감(경찰청장)·치안정감(경찰청 차장 및 지방경찰청장)을 연상케 한다.

    '野 비토권 무력화' 공수처법 개정안 내용 그대로 

    이 법은 공수처법과 구조가 유사하다. 수사청장후보자 추천 등과 관련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도 그대로 포함됐다.  

    수사청법 6조 7항를 보면, 수사청장후보추천위(7명)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청장후보를 의결할 수 있다. 

    수사청장후보추천위는 행정안전부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여당추천위원(2명)·야당추천위원(2명) 등으로 구성된다. 공수처장추천위의 경우 이 구성에서 행정안전부장관 대신 법무부장관이 추천위원으로 들어갔다.

    또 6조 5~6항에서는 국회의장이 여당·야당을 상대로 10일 내에 청장후보추천위원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고, 이 기한 내에 양당은 추천위원을 추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한 내에 각 당이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한국법학교수회·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을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고도 돼 있다.

    수사청장 자격요건으로는 15년 이상 △판·검사 또는 변호사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수사 사무 종사 △대학 법률학 조교수 이상 재직 등의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청장 임기는 공수처장과 같이 3년에 중임할 수 없고 정년은 65세다. 수사청 차장은 수사청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 ▲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검찰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기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8일 내놨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검찰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기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8일 내놨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이종현 기자
    '야당 비토권 무력화' 내용은 지난해 12월10일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안 내용과 판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2월8일 여당 주도로 △처장후보추천위 의결정족수를 '7인 중 6인'에서 '3분의 2이 이상'으로 완화 △국회의장이 처장후보추천위원 추천 기한을 10일 이내로 정한 점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1~4급 수사관, 행안부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

    현재 중대범죄수사청은 상위기관이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수사청법 4조(독립성) 3항은 행정안전부장관이 수사청 개별수사 관련 업무보고, 자료 제출 요구 등에 관여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또 1급 이하 4급 이상 수사관의 임용권과 관련해 '수사청장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이 제청, 이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돼 있다. 공수처 수사관은 처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공수처 근무 인력을 법에서 명시한 공수처법과 달리, 수사청법에서는 수사관 정원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수사관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분야(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수사하도록 돼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통해 사법부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마지막 보루인 검찰마저 완전히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