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같고, 아프리카스럽지만 아프리카를 위한 기관은 아닌 정체성 없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
  • ▲ 외교부 청사 현판.ⓒ뉴데일리DB
    ▲ 외교부 청사 현판.ⓒ뉴데일리DB
    지난 2018년 설립된 외교부 산하기관 한·아프리카재단에서 '직장 내 갑질' 등의 사유로 퇴직한 직원이 설립 2년 2개월 만에 절반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외교부는 산하기관에 대한 '관리 소홀'과 "재단이 청년 커리어 무덤이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외교부 산하 한·아프리카재단, 직장 내 괴롭힘에 조기 퇴직 만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아프리카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6월 설립 당시 채용된 17명의 직원을 포함해 2년 2개월간 재직한 직원 36명 중 퇴직자는 18명(50%)이고, 지난해에는 재직자 17명 중 13명이 퇴직(76.5%)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자 18명의 평균 근속기간은 8.2개월에 불과했으며 보름 만에 퇴직한 직원도 있는 등 '취업 후 조기퇴직'이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실 조사 결과 높은 퇴직율의 직접적인 사유는 재단의 '직장 내 괴롭힘'이 꼽혔다. 취업준비생, 재직자, 퇴직자 등이 기업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 사이트 '잡플래닛'에 따르면, 업무 떠넘기기, 직장 내 상사의 폭언 및 갑질, 연봉삭감, 근로기준법 준수 미흡, 처우 부족 등의 내용이 퇴직 사유로 거론됐다.

    세부적으로는 '저녁 6시30분쯤 퇴근하면 비주류 직원이 된다' '한두 명 빼고 모두 열심히 일하는데도 계속해서 압박한다'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폭언을 일삼는다' '자기의 생각과 소신을 밝히는 것은 금기시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직원이 다시 다른 직원을 괴롭히고 따돌리기도 한다' '띄어쓰기 하나, 단어 선택 하나 가지고 소리를 지르고 폭언을 한다'라는 내용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실패한 조직' 원색적인 비판 잇따라

    재단에 대해서는 '아프리카 같고, 아프리카스럽지만 아프리카를 위한 기관은 아닌 정체성 없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는 원색적인 평가가 나왔으며, '무능력자들끼리 모여서 누가 더 잘났네, 못났네 하며 기쓰고 무시하는 실패한 조직'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잇따랐다.

    재단 퇴직 사유 내용만 살펴보면 현행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근로 환경이다. 근로기준법 제72조의2에서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신생기관으로서 인력과 사업 정체성이 형성돼가는 과도기적 과정에 기인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재단이 청년 커리어의 무덤이 되는 것 아니냐"며 "외교부가 산하기관에 대한 관리 소홀로 청년 구직자들을 두 번 울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외교부 차원의 면밀한 조직진단을 통해 재단의 불합리한 근로 환경이 조기에 개선될 수 있도록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