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법안, 민주당 대표 시절 김종인 발의한 내용 담아…당내서도 불만, 일각서는 "김종인 체제 무너질 수도"
  • ▲ 지난 5월 19일 5.18을 맞아 광주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박성원 기자
    ▲ 지난 5월 19일 5.18을 맞아 광주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박성원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해당 법안이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독소조항을 품고 있는 데다,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당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인 위원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정부가 낸 법안이라고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 우리도 과거에 하려고 했던 것이니까 일단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 심의는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이라면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시정하면 된다”고 했다.

    김종인, 개인적 숙원이라며 “공정경제 3법 지지”…당내 반발 자초


    공정경제 3법은 자회사 경영진의 부정 행위에 대해 모회사의 소액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 감사위원 선임에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과징금 상한 상향 등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주요 조항으로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소 내용상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세 가지 법안 자체에 대해 거부하는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경제 3법 조항들이 당의 정체성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 당도 이번에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경제민주화 하는 것을 최초로 했기 때문에 그 일환에서 볼 것 같으면 모순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일부 조항들은 이번 정부안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 김종인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로 있을 때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도 담겨있다. 김 위원장은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혁신하는 ‘경제민주화’를 자신의 평생 소임이라고 줄곧 밝혀왔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쟁점만 10여 개인데…” 비판 여론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입장이 시장 자율성 확대를 강조해온 우파정당으로써의 정체성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당내 반발기류가 점차 심해져 ‘김종인 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평생의 숙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은 2016년 2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청년아카데미에서 강연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평생의 숙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은 2016년 2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청년아카데미에서 강연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정책위원회와 정무위 차원에서 법안 내용을 검토 중인데 동의하지 않는 조항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고 동아일보가 18일 전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이날 기자들에게 “쟁점 조항만 10여 개에 이르는 법안이다. 쟁점 하나하나마다 우리 기업·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각자가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반대 입장을 비친 셈이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의 공정경제법안을) 함부로 찬성하면 안 된다. (김종인 위원장의) 지지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법 자체의 내용에만 치중한 나머지 국가와 정권의 자의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계 “심각한 부작용 초래할 것…국민의힘, 민주당 2중대 되나” 우려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기업규제를 강화하는데 동조하자 재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세가 강화될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고 투자와 고용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지난 16일 공동 성명을 내고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기업의 경영권 위협이 중대하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여야 할 자금이 불필요한 지분 매입에 소진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도 15일 김종인 위원장과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권 부회장이 김 위원장에게 공정경제 3법 개정안의 통과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더불어민주당 2중대로 만들려는 것이냐”며 과격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김종인 위원장 체제가 시작되면서 우파적 가치와 성향을 배제하는 행보를 보이자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비롯해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 2중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