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자문단, 구체적 해악 고지·공모관계 여부 등 논의… 여권 '윤석열 사퇴' 압박 수위 높일 수도
  • ▲ 검찰. ⓒ정상윤 기자
    ▲ 검찰. ⓒ정상윤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와 전문수사자문단(수사자문단)이 동시에 소집되게 됐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채널A의 이모 전 기자가 현직 검사장인 한동훈 검사장과 친분을 내세워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관련된 정보를 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게 핵심이다.

    수사심의위와 수사자문단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강요미수죄 성립 여부, 둘 사이의 공모관계 입증 여부 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두 자문기구 모두 논의 결과에 강제력을 갖지는 않지만 향후 수사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법조계의 관심을 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29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검언유착 사건을 대상으로 한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 검언유착 의혹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철 전 대표 측은 14일 이 전 기자 측이 요청한 수사자문단 소집을 대검이 받아들이자, 맞대응 차원에서 같은 달 25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구했다.

    핵심쟁점, 강요미수죄 성립· 공모관계 입증 여부

    수사심의위는 변호사·학계·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간위원 중에서 무작위로 선별되며, 수사자문단은 대검과 수사팀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윤석열 검찰총장이 위촉하는 절차를 거쳐 꾸려진다.

    수사심의위와 수사자문단은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을 대상으로 한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에게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에게 강요미수죄 적용 여부를 두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견해는  엇갈린 상태다. 형법상 강요미수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의사결정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구체적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상대가 겁을 먹었다는 점도 입증돼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부산에서 대화한 녹음파일을 핵심증거로 확보한 뒤 그들을 강요미수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대검에 보고했다. 

    반면 대검은 강요미수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이 전 대표가 강요로 느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둘 사이의 공모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꼽힌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가 공모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라고 본다. 

    하지만, 이 전 기자 측은 한 검사장이 "유 이사장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대화가 이뤄질 당시 이 전 대표에게 보낼 편지는 이미 작성된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이 전 대표 취재와 관련해 논의한 정황이 없으니 공모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사는 "녹음파일은 오히려 이 전 기자 측에 유리한 자료라고 판단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검사장 측도 "당시 소속 검찰청에서 공보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자들을 만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의위·자문단 결과 엇갈리면… 여권 '윤석열 압박' 심화할 듯

    수사심의위와 수사자문단 논의 결과를 두고 여권의 '윤석열 압박'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혹에 연루된 한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인 만큼 여권은 의혹 제기 초기부터 검찰과 언론 유착의 전형적 적폐가 드러났다는 식으로 검찰을 압박했다. 자문단 소집과 관련해서도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며 윤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수사심의위와 수사자문단이 기소나 불기소 의견을 내더라도 강제력은 없기 때문에 검찰이 이를 따를 필요는 없다. 지휘권은 검찰총장에게 있다. 그러나 두 자문기관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여권의 검찰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을 이끄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신경전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대검찰청에 수사자문단 소집 등 관련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건의했다.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본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서울중앙지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검은 "검찰총장은 대검과 수사팀 간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신중하고 공정하게 사건이 진행, 처리될 수 있도록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것"이라며 "자문단 선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선정 결과를 보고받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이 지검장 취임 직후인 지난 1월부터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기소 건과 MBC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건 등에서 견해차이를 보이며 부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