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반대' 금태섭, '조국 비판' 김해영 실패… 소장파 '금박김' 중 박용진만 생환
  • ▲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내에서 쓴소리를 내왔던 의원 중 박용진 의원만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왼쪽부터 김해영 의원, 박용진 의원, 금태섭 의원. ⓒ박성원 기자
    ▲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내에서 쓴소리를 내왔던 의원 중 박용진 의원만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왼쪽부터 김해영 의원, 박용진 의원, 금태섭 의원.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의석 수를 180석으로 늘리며 기세를 올렸지만 당내에서 쓴소리를 하던 '소신파' 의원들이 퇴장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87년 체제' 이후 가장 의석 수가 많은 집권여당이 탄생했지만, 정작 당내에서 자정작용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 120명 중 81명이 당선됐다. 친문(親文)세력이 대거 살아남았다. 하지만 당내에서 '금박김'으로 불리며 소신을 굽히지 않던 금태섭·박용진·김해영 의원 중 당선의 기쁨을 맛본 의원은 박 의원이 유일하다. 

    김해영은 접전 끝 패배, 금태섭은 공천도 못 받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강북을에 출마한 박 의원은 64.4%의 득표율을 보이며 통합당 안홍렬 후보(34.7%)에게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할 일은 제대로 하고 할 말은 똑바로 하겠다"며 당내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최고의원으로 쓴소리를 내던 김 의원과, 공수처 설치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금 의원은 생환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부산 연제에 출마해 47.7%를 득표하며 선전했지만 이주환 통합당 후보(50.8%)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금 의원은 민주당 경선에서 친문·친조국 성향의 강선우 후보(서울 강서구갑)에게 패배하며 본선에 나서지도 못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조국사태 당시 "조 후보자 딸의 논문과 대학 및 대학원 입시 관련한 부분은 적법·불법 여부를 떠나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 대부분의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감싸는 와중에 나온 소신발언이었다. 

    김 의원은 대표적 친문 인사인 김남국 후보(경기 안산 단원구을)가 자신이 청년임을 강조하며 금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를 강행하려 하자 "청년정치에서 생물학적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정신"이라며 "스스로 정치영역에서 청년정신을 실현해왔는지 되묻기를 권한다"고 비판했다. 

    180석 중 친문이 절대다수 '자정작용' 우려

    금 의원은 민주당의 핵심과제였던 공수처 설치에 줄곧 반대 목소리를 냈다. 금 의원은 공수처법이 통과되던 지난해 12월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 내에서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졌다. 조국 사태 당시에는 조 전 장관을 향해 "후보자는 학벌이나 출신, 진보적 삶을 살아왔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것이 아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언행 불일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이 발언 이후 민주당 내 극성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결국 금 의원의 소신발언은 부메랑이 돼 당의 공천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 내에서 소신발언을 하던 현역 의원들이 배지를 달지 못하면서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내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며 "금 의원이나 김 최고(최고위원) 같은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들이 낙선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이 지속적으로 건전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한쪽의 목소리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자정작용이 가능해야 한다"며 "아쉽게도 (민주당) 당선자들의 면면을 보니 소위 말하는 친문들이 대부분"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