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만든 '블록체인협회'에 대표권 제한규정 만들어… 협회 운영·유튜브 활동 비용, 회사 부담… "명백한 사익추구 경영"
  • ▲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연합뉴스
    ▲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연합뉴스
    노규성(64)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이 회사 자금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전용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특정 정당, 특정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압력을 행사하거나 자신의 저서를 대필시키는 등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본지는 노 회장이 지난 2년여 간 회사 규정에 없는 '항목'으로 수억원의 회사 자금을 부정 수령하고, 사내 규정을 위반하면서 해외출장을 나갈 때마다 매회 3000달러씩 현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단독] 규정도 없는데… '수억원 착복 논란'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13일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노 회장은 2018년 12월19일 공식 출범한 '블록체인경영협회'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이 협회는 지난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로부터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았다. 산·학·연 연계활동을 통해 블록체인의 국내 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시장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였다.

    '노규성 설립 주도' 블록체인경영협회… "퇴임 후 '셀프 자리' 만든 것"

    문제는 이 협회의 설립·운영이 KPC 자금으로 이뤄졌는데, 노 회장만이 이 협회의 대표이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정을 뒀다는 점이다. 생산성본부 회장 임기가 10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임기 이후 자신의 '자리'를 회삿돈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게 노조 측에서 제기하는 의혹이다.

    KPC 노조 측 관계자는 "노 회장은 협회를 설립하면서 출연금을 가장해 KPC 자금과 인력을 동원했다"며 "또 법인 설립허가 중 노 회장만이 협회 회장이 될 수 있도록 규정을 뒀다. 즉, 노 회장이 임기 중 KPC 퇴임 이후를 대비해 '자리 보전용'으로 평생직장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 사용 내역은 비영리법인에 대한 기부금 형태로 이뤄져 절차적 문제는 없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KPC 자금으로 자신의 협회를 만들어 사익을 추구한 꼼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PC는 협회 운영을 위해 법인 사무국 용역 도급비와 법인 인가 행정비용, 각종 행사비 등으로 수천만원의 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등기사항에는 '이사 노규성 이외에는 대표권이 없다'는 대표권 제한규정도 명시됐다. 이는 수십 명의 협회 이사 중 노 회장만이 협회 대표로서의 법률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법조계 인사는 '대표권 제한규정'과 관련 "기본적으로 모든 이사들은 각자 법인을 대표해 계약 등 대외활동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법인 정관에 이 같은 대표권 제한이 있고 등기돼 있으면 대표권을 가진 이사 외에는 대표로서 활동할 수 없다. 만일 대표권이 없는 이사가 활동했을 경우 관련된 법률행위는 모두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 자원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운영하면서 개인 홍보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노 회장만 협회 대표권 있어… 개인 유튜브 채널도 회삿돈으로 만들어

    노조 등에 따르면, 현재 노 회장은 '노규성의 생산성'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KPC는 이 유튜브 채널에 활용된 'CEO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유튜브 채널은 본인 명의로 만들어졌으나, 이 채널 운영에 드는 비용과 인력 등은 KPC에서 나온 셈이다.

    노조 측은 "노 회장이 회사 자금으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이를 개인 홍보활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이 채널은 순전히 본인을 위한 것인데, 본부의 인력과 비용을 쓰는 건 명백한 사익추구 경영"이라고 입을 모았다.

    KPC 측은 '개인 유튜브 채널에 회삿돈을 사용한 이유'와 관련해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회사 측은 지난해 10월께 직원들에게 '공익적 역할로 고객들과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실질적 마케팅 효과를 거두기 위해 해당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마케팅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유튜브 채널에 올려진 영상 목록을 보면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회사 마케팅' 차원이라는 회사 측의 설명이 무색할 지경이다. 우선 회장 개인 명의의 유튜브인 데다, 채널 제목도 개인 홍보용이고, 해외 출장 브이로그 등 대부분 노 회장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콘텐츠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노 회장의 개인 유튜브 채널이 회사의 공익적 홍보활동'이라고 보지 않았다. 한 직원은 "이미 회사 홍보를 위한 KPC 공식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도 마케팅을 위해 노 회장 개인 채널을 추가로 만들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도 "노 회장이 개인 홍보를 위해 수천만원의 회사 자금을 활용한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배임"이라며 "유튜브를 통해 들어오는 수익조차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노 회장이 현재 민주당에서 유튜브 활동을 공천에 적극 반영한다는 걸 노리고 개인적 정치욕심을 위해 유튜브 활동을 전개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저서에 논문까지 직원 대필 의혹… 민주당 정치인 후원금 압력도

    노 회장의 '갑질' 의혹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지난 8일 노 회장의 '회삿돈 착복 논란' 의혹을 보도한 이후 본지에 들어온 각종 제보를 종합하면, 노 회장은 민주당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이나 출판기념회에 직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는 등 직장 내 갑질을 일삼았다고 한다.

    노 회장은 지난해 12월 <디지털 스몰 자이언츠>(KPC 출판)와 지난 1월 <디지털 뉴딜>(비앤컴즈 출판)이라는 책을 자신 명의로 출간했다. 그런데 이들 책의 출간 과정에 직원들의 집필 참여가 이뤄지고, 회사 자금으로 제작비가 사용됐다는 점을 노조 측은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디지털 스몰 자이언츠> 출간 전에는 대필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사측에 '저서 리뷰 검토'를 부탁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정황이 드러났다. <디지털 뉴딜>의 경우 출간 이후 회사 비용으로 1000권 이상의 단체구입이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

    노조 측은 "노 회장이 책을 직접 전체 집필한 게 아님에도 KPC 명의가 아닌 본인 명의로 책을 출간한 건 문제"라며 "저서뿐만 아니라 노 회장 개인 논문까지 직원들에게 대필시킨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 측은 "노 회장이 KPC 차원에서 수도권의 유력 국회의원인 A씨와 지방 유력 당선예정자 B씨 등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강요한 의혹도 있다"며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 직원들이 참여하도록 지시하고, 회사 비용으로 이들의 책도 소량씩 구매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본지는 노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 KPC 측에 수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KPC 측은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