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측근 임원들도 매월 300만~400만원씩 챙겨… 노조 "명백한 횡령, 해임해야"
  • ▲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연합뉴스
    ▲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연합뉴스
    노규성(64)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과 일부 임원이 회사 규정에도 없는 '항목'을 내세워 2년여 간 회사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 회장은 사내 규정을 위반하면서 해외출장을 나갈 때마다 매회 3000달러씩 현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노 회장은 2018년 2월 취임 후 '마케팅 수주 활동비'(이하 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515만여 원을 받아챙겼다. 2년간 24회에 걸쳐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금액은 총 1억2600만여 원에 달한다. 이 금액은 1억7000만~1억8000만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회장 연봉과는 별개의 돈이다.

    규정 없는 '마케팅 수주 활동비'… 임원들 매월 정액 수령

    활동비는 노 회장만 지급받은 것이 아니다. 사내에서 노 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3명의 고위 임원도 각각 직책을 보임받은 후 매월 320만~420만원씩 지급받았다. 부회장 직책의 A씨는 23회에 걸쳐 총 9000여 만원을 받았고, 상무 직책인 B씨·C씨는 각각 22회, 17회에 걸쳐 7100여 만원, 5500여 만원씩을 받아 챙겼다.

    문제는 이들이 수령한 '활동비'가 회사 지급 규정에 없다는 점이다. 규정이 없는데도 '회삿돈'을 받아 챙겼다는 말이다. 회사 측도 내부 규정이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2004년부터 '조직운영업무추진비'라는 명칭으로 기관장 품의를 통해 지급 근거를 만들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PC 측 관계자는 본지에 "임원들의 마케팅 수주 활동비 지급에 대한 내부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품의 과정 등으로 근거를 마련해 지급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모든 내용을 다 규정화할 필요도, 규정에 담을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비용은 매년 예산계획에 반영돼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다"며 "연봉과는 별도로 수령하지만, 연봉에 포함되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연말정산 시 개인소득에 포함해 과세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노조 측의 주장은 다르다. "근거가 없는 탓에 지급 자체가 규정 위반으로 불법"이라는 의견이다. 노조 측은 "임원 마케팅 수주 활동비에 대한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지급 근거도 빈약한 상태에서 매월 임금성 비용을 지급한 건 문제"라며 "노 회장의 경우 회사 발전을 위한 목적도 없이 이 비용을 모두 착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규정 위반하며 해외출장 여비 1억원 이상 현금으로 챙겨

    노 회장의 회삿돈 횡령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노 회장은 취임 이후 2년간 30회 이상 해외출장을 다니며 별도의 여비 명목으로 매회 미화 3000달러(약 360만원)씩, 총 1억원 이상을 전액 현금으로 수령했다. 한 달에 1회 이상 해외로 다니면서 매회 360만원가량의 현금을 챙긴 것이다.

    이 같은 노 회장의 해외출장 여비 수령 역시 사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KPC 여비 지급 규칙 제3조는 '출장지에서 업무와 관련해 기타비용 발생이 예상될 경우 회장의 품의를 득해 별도의 실비를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노 회장은 실비가 아닌 '정액'으로 출장 여비를 받았다.

    노 회장 측은 "2005년 관련 규칙을 개정해 지급 근거를 마련했고, 임원들의 출장 여비를 정액으로 지급하는 게 관례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해외출장 여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KPC 역대 기관장 중 해외출장 횟수가 타 기관장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노 회장 측은 "최근 글로벌 사업 개척 등으로 해외교류가 많아지면서 정액지급이 다수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근거 없이 지급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노조 "명백한 횡령"… 노 회장 해임 촉구

    노 회장 측의 해명에도 노조 측과 일부 직원들은 "노 회장과 일부 임원들이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이라며 노 회장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진규 KPC 노조위원장은 "회장 비리를 막아야 할 임원과 간부들 대부분이 부정에 굴복해 조직문화가 망가졌다"며 "비리가 많은 노 회장을 해임하고, KPC 상황을 잘 알면서도 전문성을 겸비한 내부 인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은 선문대(경영학과) 교수 출신으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정보통신미디어팀장과 일자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대표적 '친문 인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고,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KPC 회장과 한국디지털정책학회장을 맡았다. KPC 회장 임기는 2018년 2월14일부터 2021년 2월13일까지 3년이다.

    한편 KPC는 1957년 산업계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특별법인으로 설립됐다. 각종 교육과 컨설팅, 생산성 통계, 자격 인증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자리는 매 정권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알짜' 자리 중 하나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