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청년신도시' 10만호 방침… 전문가들 "서울 아닌 수도권… 공실 쏟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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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찬 더불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2020총선 공약발표에서 3호 총선 공약으로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조성 등을 통한 주택 10만호 공급을 발표한 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9일 4·15총선 공약 3호로 수도권 3기 신도시 등에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주택 10만 호를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제안한 '청년신도시'를 수용해 만든 공약이다. 전문가들은 일제히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겨냥한 칸막이정책이자 매표행위"라고 비판했다.민주당은 29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주재로 총선 공약 발표식을 열었다. 민주당은 이날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5가지 방안을 공약으로 채택했다.공약은 ▲수도권 3기 신도시 등에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조성, 주택 5만 호 공급 ▲광역 및 지역거점도시 구도심 재생사업과 택지개발 등을 통해 주택 4만 호 공급 ▲서울 용산 등 코레일 부지 및 국·공유지 활용 주택 1만 호 공급 ▲청년·신혼부부 전용 수익공유형 모기지 제공 ▲2022년까지 청년·신혼부부(각각 100만 가구) 대상 공공주택 및 맞춤형 금융지원 등이 주 내용이다.10만 호 중 9만 호, 서울 아닌 수도권에 건설… 민주당 "주토피아 이룰 것"윤관석 민주당 총선공약기획단 위원장은 "저출산 해소 및 청년 주거부담 완화를 위해 청년·신혼부부 주거안정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약속들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가 행복한 맞춤형 도시, '주토피아'를 이뤄 청년·신혼부부의 주거불안과 걱정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민주당의 청년신도시 공약은 대부분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 건설되는 것이 특징이다. 민주당은 10만 호 중 9만 호를 수도권 3기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에 배정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부천 대장, 인천 계양이고 택지개발지구는 시흥 거모·하중, 과천 과천, 안산 장상, 용인 구성 등이다.전문가들은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 짓는 '청년신도시' 공약이 재원 조달과 향후 지속성에 대한 고려가 없는 인기영합정책이라고 지적한다. 민주당은 이들 공약을 위해 주택도시기금 총지출비용을 전년대비 4조원, 15.6% 증액한 29조5828억원으로 책정했다는 점도 밝혔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는 총선을 앞두고 지지세력인 청년층에 표를 구걸하는 매표행위"라며 "정부의 역할은 큰 틀에서 세금을 적재적소에 분배하고 이것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이렇게 한 계층을 칸막이쳐 퍼주는 정책은 한마디로 저질스러운 정책"이라고 주장했다.조 교수는 또 "지금도 인기 없는 신도시에는 주택 공실률이 문제가 되고, 과거부터 신혼부부와 청년들에게 주거를 위한 정책적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만 그들은 이런 것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혜택을 주는 데 모조리 세금이 들어가는데, 청년에게 혜택을 주고 부담은 불특정다수에게 전가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국가를 저질공화국으로 끌고가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청년들, 직장 있는 서울 원해... 오히려 화내야 할 정책"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런 정책은 청년들을 가두는 정책으로 오히려 청년들이 화를 내야 할 정책"이라며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상승을 우려해 만들어지는 부동산정책은 적재적소에 일반적인 주택이 공급돼야 하는데, 수도권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10만 호를 공급한다는 것은 양질의 주택을 원하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공실률을 높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양 교수는 이어 "특정 계층을 특정 지역에 묶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수용시설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이런 정책은 선거대책이지 주거대책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미흡한 정책이고 급조된 정책"이라고 일갈했다.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도심지에 있기를 원하고 직장이 가까운 곳을 원하지, 신도시 아파트를 싸게 임대해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후에 베이비붐 세대와 노년층의 사망률이 높아져 청년층이 이를 승계해야 하는 경우 엄청난 공실률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부동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둘로 나누고 자신들에게 표를 줄 '없는 자'들에게 표를 구걸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당사자인 청년과 신혼부부들의 반응도 차갑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 건설되는 청년신도시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박모(28) 씨는 "서초로 출근해서 좀 멀지만 서울에 원룸을 잡았는데 청년신도시는 모두 수도권에 몰린다니 특별히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며 "서울에 사는 청년이 아무리 가까운 신도시에 가도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데 그냥 숫자만 채우려는 정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분당에 사는 정모(34) 씨는 "결혼을 위해 집을 알아보다 서울에서 멀수록 가격이 싸지는 기현상을 발견했다"며 "내가 돌아본 수도권 신도시에는 아직도 공실이 곳곳에 있어 거리를 감수하면 다 살 수 있는데, 굳이 생색내면서 또 주택을 짓고 공급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런 우려에 대해 "첨단복합창업단지와 혁신지구 도시재생사업으로 각종 기반시설을 공급하고, 청년벤처타운 등을 조성해 청년과 신혼부부에 특화한 도시를 만들어 분양과 임대가 혼합된 주택단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 같은 정책을 폄하하는 것은 청년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