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수정 필요성 공감한다더니… 윤석열 ‘4+1 법안’에 격노, 檢 집단 반발 움직임
  • ▲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은
    ▲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은 "법안의 문제점을 책임지고 고쳐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장관 임명 이후 10월 신임 검사장과의 만찬에서도 "패트 법안 결점이 많은 것을 안다"고 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 보완을 약속했던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지휘서신이 문재인 대통령 재가(裁可)를 받고 전국 검사장에게 보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26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문 대통령 역시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복수의 전·현직 법무부와 대검 고위관계자들에 따르면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도 박 전 장관의 서안에 담긴 법안 수정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국·홍영표도 법안 수정 필요성에 공감… “책임지고 수정”

    패트 법안 상정 뒤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현 수원지검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라며 사표를 쓰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윤 국장의 서울대 법대 1년 선배인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법안의 문제점을 책임지고 고쳐주겠다”는 약속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10월 신임 검사장과의 만찬에서도 “패트 법안의 결점이 많은 것을 안다”며 “부족한 점은 차차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문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지난 5월 서신에서 패트 법안은 “논의의 출발점이자 수사권 조정에 초안”이라며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직접수사 확대 ▶경찰 보완수사 요구 강화 ▶필요시 경찰 사건 송치 보장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인정 등을 향후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영할 것이라 약속했다.

    그러나 24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여야 협의체가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합의안에는 박 전 장관의 서신 내용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이날 합의안은 검찰 직접수사 대상에 대형참사가 추가되고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 가능 범죄가 다소 확대되는데 그쳤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수사지휘권 폐지)을 부여하는 법안의 핵심 골격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경찰의 수사 종결 및 송치 전까지 수사 개입 및 통제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박 전 장관이 약속했던 피신조서의 증거능력도 4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결국 사라지게 됐다. 공수처 법안에는 검경이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경우 착수단계부터 해당 내용을 통보해야 하는 '제24조 2항'도 추가됐다.

    윤석열, 패트 법안에 격앙돼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여야가 합의한 해당 법안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공수처 설치를 포함한 검찰 개혁 법안을 수용하는 대신 “권력에 대해 검찰이 쿨하게 수사하겠다”는 것이 그의 검찰개혁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총장으로 지명된 지난 6월 이후 “검찰 개혁과 관련해 청와대에 모두 동의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 ▲ 24일 4+1 여야 협의체가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협의안에 보완점이 거의 반영되지 않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 24일 4+1 여야 협의체가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협의안에 보완점이 거의 반영되지 않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 손발만 잘랐다"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뉴데일리 박영근 기자
    윤 총장은 주변에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이어지자 정부가 검찰의 손발을 묶으려 한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당 법안이 국회 표결을 거치기 전인 연내 공식 입장을 밝히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에 따르면 복수의 대검 고위 관계자는 그 배경으로 “처음 패스트트랙에 올라왔던 법안은 현재 '4+1'에서 합의된 법안과 많이 달랐다”고 했다.

    檢 내부서 집단 반발 움직임… "검찰 손발만 잘랐다"

    대검은 24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법안이 합의됐다”는 게시물을 올리고 검사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복수의 대검 고위 관계자는 “수사종결권이란 막강한 권한을 경찰에 넘기며 검찰의 지휘 통제는 불가능하게 만든 법”이라며 “공룡경찰에 대한 대책 없이 검찰의 손발만 잘랐다”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불과 7개월 전 문 대통령이 재가하고 박 전 장관과 조 전 수석, 홍 전 원내대표가 약속했던 사안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현 정권을 겨눈 검찰 수사에 대한 보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도 비판했다. 한 대검 고위 관계자는 “공수처는 소속이 없는 무적(無籍)기관이자 적이 없는 무적(無敵)기관이 돼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보도에 대해 법무부는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은 ‘당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 보완과 관련한 서신을 전국 검사장에게 보낸 것은 사실이나,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법무부장관으로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