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악화가 근본 이유”… 올해 예산 2조8188억원 91% 소진
  • ▲ 일자리안정자금 예산 2조8188억원의 91%가 열 달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정부는 결국 예비비 985억원 투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진은 한 채용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 일자리안정자금 예산 2조8188억원의 91%가 열 달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정부는 결국 예비비 985억원 투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진은 한 채용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일자리안정자금’의 올해 예산 2조8188억원이 열 달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정부는 결국 예비비 투입을 검토한다. 예비비 규모는 985억원(올해 예산 대비 3.5% 수준)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30인 미만 영세업체(당기순이익 5억원 미만)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월급 210만원 이하) 1인당 월 13만~15만원을 사업자에게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해 도입됐다.

    이달 15일까지 329만 명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정부 예상보다 90여 만 명 많아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신청한 사업주는 총 329만 명(81만 사업장)에 달한다. 이들에게는 지원금 2조5215억원(집행률 91%)이 지급됐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올해 신청 인원은 지난해(지원자 256만명)보다 18만 명 적은 238만 명으로, 예산도 지원 첫해인 지난해 2조9717억원보다 1000억원가량 줄어든 2조8818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10개월 만에 정부 예상치보다 90만여 명이 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신청하면서 예산이 바닥을 드러낸 셈이다.

    결국 정부는 예비비 985억원을 투입해 부족분을 메우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예비비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 지출 또는 예산 초과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편성’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홍보에 따른 효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일자리안정자금지원추진단 관계자는 “사업주들 사이에서 경영상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신청이 늘어난 것”이라며 “예산이 전부 소진된 건 아니고 2000억원 넘게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산 편성은 일자리 기준으로, 근로자 한 명이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영세사업장 중에는 한 일자리에 2~3명이 속한 경우도 있어 (사업 내용을) 숫자로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빠른 예산 소진은 홍보효과”… 전문가들 “고용악화가 근본적 이유”

    문제는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을 올해보다 23.2% 감소한 2조1647억원으로 책정했다. 1인당 지원액도 올해보다 4만원 줄어든 9만~11만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고용악화가 근본 이유라며 “경기가 악화하면서 영세사업주들이 인건비 부담을 더 크게 느낀다”고 우려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일자리지원자금 수요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부족하고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소상공인 같은 경우는 지금 죽지 못해 사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이들을 지금 구제하지 않으면 앞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년 총선과 노동시장 상황 등 두 가지를 충족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의 존재이유는 어려운 이들을 끌어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다른 데로 쓸데없이 새는 비용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