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사업소득, 통계 작성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감소… 불리한 것 안 보는 靑
  • ▲ 정부는 통계가 나올 때마다 특정 수치만을 놓고 ‘소득개선’을 자축한다. 자영업자들 눈에 정부는 ‘현실 감각’을 잃었다. 
사진은 올해초 신년사를 읊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 정부는 통계가 나올 때마다 특정 수치만을 놓고 ‘소득개선’을 자축한다. 자영업자들 눈에 정부는 ‘현실 감각’을 잃었다. 사진은 올해초 신년사를 읊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긴 하죠. 자영업자들이 망하는 형태로 말이에요.”

    서울 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2) 씨는 올 3분기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두고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정책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허탈해했다.  

    이씨가 운영하는 카페는 고시원보다 작은 쪽방 만한 규모다. 원두 그라인더를 비롯해 이런 저런 커피 머신이 차지한 공간을 빼면,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빠듯하다. 가게 내부로 손님을 들이거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엄두를 못 낸다. 

    그러나 좁은 공간이 아니어도 이씨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생각을 못한다. 

    “최저임금, 임대료 때문에 아르바이트생 고용 못합니다. 인건비와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이렇게 고시원 같은 공간에 카페를 차린 거니까요. 함께 카페 정보를 알아보고 창업한 사람들 중 남아있는 건 나를 포함해 2명뿐이에요.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말은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곡소리 내는 자영업자들…“소득개선 외칠 때 아니야”

    ‘부촌’이라 불리는 서울 강남지역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민모 씨는 “2016년 카페를 시작할 때는 4명의 직원을 두고 꾸려나갔다”며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상승하면서 직원들 대부분을 해고하고 주말에만 2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소상공인들이나 조그맣게 꾸려나가는 자영업자들 모두가 힘들어졌다고 말합니다. 주변을 돌아보세요. 임대 내놓은 가게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소득개선을 외칠 때가 아니라 자영업자들에게 맞는 현실성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 카페의 경우 전기세만 30만원 정도 나오는데, 이런 것만 감면해 줘도 자영업자들이 훨씬 더 좋아할 겁니다.” 

    자영업자들 눈에 비친 정부… “현실감각이 없다”

    이 같은 현실에도 정부는 통계가 나올 때마다 특정 수치만 놓고 ‘소득개선’을 자축한다. 자영업자들 눈에 정부는 ‘현실감각’을 잃었다. 

    정부의 ‘현실인식’을 살펴보자. 지난 21일 통계청이 자료를 냈다. 이 자료를 보면, 올 3분기 1분위(최저소득층·하위 20%)와 5분위(최고소득층·상위 20%)의 소득격차는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5분기 연속 감소하던 1분위 소득이 올 2분기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는 소득 증가폭이 커졌다. 

    지표만 보면 소득 불평등이 개선된 듯하다. 정부는 그렇게 믿는다. 통계가 나온 날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말한 것으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소득분배지표가 뚜렷한 개선세를 보여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소주성, 포용성장의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정부”… 경제학자들 “대화가 안 된다”

    그러나 같은 자료의 다른 부분이 정부의 ‘낙관’을 내친다. 자영업자 사업소득이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전년동기 대비 4.9%(87만9800원) 감소했다. 중상위층의 사업소득이 주저앉으면서 3·4·5분위의 자영업자들이 1·2분위로 추락하는 경우도 통계청 자료는 포착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1·2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각각 11.3%, 15.7% 증가했으나 3·4·5분위 가구는 각각 0.8%, 10.0%, 12.6% 감소했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통계를 분석하며 “고소득 가구의 소득 증가폭이 저소득가구에 못 미치면서 소득 격차가 개선됐다”면서도 “자영업황이 부진해 전반적으로 자영업자가 아래 분위로 이동하거나 무직 가구로 전환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거시적인 지표는 다 안 좋은데 (현 정부는) 중간 중간 좋아진 지표만 보고 경기가 좋아졌다고 말한다”며 “어느 정부나 이런 경향은 있지만 이번 정부가 유독 심하다”고 힐난했다. 강 교수는  “현 정부는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보면서 좋아졌다고 말하니 경제학자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대화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