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선 평가 못받으면 물러나", 나경원 "총선 노력"… 친박·비박 계파 갈등 조짐도
  • ▲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이기륭 기자
    ▲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이기륭 기자
    자유한국당 내 ‘3선 이상 중진, 용퇴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첫 응답자가 나왔다. 김세연 의원(3선‧부산 금정)이 17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김 의원의 불출마는 인적쇄신, 그 이상의 파장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유민봉‧김무성‧김성찬 의원의 불출마와는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김 의원의 “당 해체” “지도부 불출마” 촉구로 당장 지도부에게 불똥이 튀었고, 영남권에 출마를 준비 중인 중진 의원들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비박계 복당파인 김 의원이 당과 당 지도부를 향해 칼을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김세연 의원은 이날 오전 급작스레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지도부에도 알리지 않은 깜짝 기자회견이었다. 

    김 의원은 이날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립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음을 고백한다”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어 “한국당은 수명이 다했다”며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 함께 물러나고 당을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당의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며 “비호감 정도가 역대급 1위”라고 비판했다.

    △기습 펀치 맞은 황교안-나경원

    이처럼 당의 핵심 인사가 쇄신과 헌신의 자세로 용퇴했음에도 불구, 당 지도부는 마냥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눈치다. 자신들이 “역사의 민폐”이자 “생명력 잃은 좀비”라는 뼈아픈 내부 자성이 나온 것은 둘째치고, 김세연 의원이 황교안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콕 집어 “당 지도부로서 모든 의원의 불출마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선도’ 불출마를 해달라”고 촉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황 대표는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일 이번 총선에서도 우리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고뇌에 찬 당에 대한 충정이라고 생각한다. 총선에서 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인적쇄신을 이유로 의원들에게 용단을 내릴 것을  물밑에서 요구한 지도부가 막상 자신들을 향한 용퇴 요구가 나오자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당장 “황 대표는 김세연 의원의 지적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18일)는 등의 부정적 평가가 나오며 입질에 오르는 실정이다. 

    △영남 출마 준비하던 김세연 ‘선배’들은?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영남권 출마를 준비하던 당 중진 인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의 “강남3구‧영남권의 3선 이상 중진들은 용퇴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는 요청 이후 중진용퇴론이 공론화됐지만, 정작 거명된 당사자들은 “중진이면 적폐냐”며 전면 차단해 왔다. 그런데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쇄신 물꼬가 트자, 당장 방어막이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김세연 의원이 영남권 물갈이론을 촉발시킨 것과 다름없다”며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중진 인사들을 향한 수도권 험지 출마론은 더 확산되지 않겠나. 당사자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친박-비박 계파 갈등 단초될 수도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바라보는 각 계파 간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김 의원의 이번 ‘셀프비판’을 두고 “본인을 위해 당을 공개 저격한 것과 다름없다”며 “부산시장 출마 얘기도 나오는데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하는 등 부정적 평가가 대다수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당으로서도 큰 손실이고,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김 의원이)당을 위해 살신성인했다”(김용태 의원, 18일)는 등의 평이 나온다. 김세연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정당으로 이적한 뒤 다시 한국당으로 온 비박계 복당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