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14일 성명 내고 "헌법 제3조, 北주민을 국민으로 인정"… "정치논리로 인권침해 안 돼"
  • ▲ 대한변협이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선원 2명을 강제북송한 정부 조치를 비판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한변협이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선원 2명을 강제북송한 정부 조치를 비판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변호사협회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선원 2명을 강제북송한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

    대한변협은 14일 성명을 발표하고 "반인권적인 북한 주민 강제북송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북한 주민은 우리 헌법 제3조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으므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적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결코 정치논리나 정책적 고려 때문에 인권문제가 소홀히 다뤄지거나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변호인 조력 받을 헌법상 권리 있어"

    이들은 정부가 강제추방에 대한 법률적 근거로 제시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의 경우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대한변협은 "해당 조항은 보호 및 정착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이를 근거로 국민으로 인정되는 북한 주민을 강제북송할 법적 근거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 권리가 있음에도 전혀 보장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지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 확립과 법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윤 대한변협 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90일까지 조사하게 되어 있는데 충분히 조사하고 돌려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 북송과 관련해 여러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것 자체가 정부가 너무 성급했던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는데,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인권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해군이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주민 2명을 지난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이들 선원은 동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대한변협의 성명 전문이다.

    [성 명 서] 반인권적인 북한 주민 강제북송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국민의 인권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정부의 북한 어부 강제북송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북한 주민은 우리 헌법 제3조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되며, 국가는 헌법 제10조가 규정하듯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결코 정치논리나 정책적 고려 때문에 인권문제가 소홀하게 다루어지거나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합동심문조가 북한 선원 2명을 철저하게 조사했다”,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도피했다는 점에서 수용대상이 아니다”고 밝히면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의 경우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를 강제북송의 법률적 근거로 들었으나, 이러한 해석은 문제가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 주민에게 동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9조에 따라 이들에 대하여 보호 및 정착지원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보호 및 정착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이를 근거로 국민으로 인정되는 북한주민을 강제송환할 법적 근거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보호대상자에서 제외할지 여부 역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5일간의 짧은 조사를 거쳐 이들을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을 필요성이 없는 범죄자라고 결론을 내리고 강제북송하였는 바, 이는 중요한 인권문제에 대하여 지나치게 성급하게 판단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과의 소통과 평화적 교류를 통한 통일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과 5일 만에 강제북송이 시행된 점,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보장받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강제북송은 법치국가와 민주국가임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인권 보호 상황을 다시금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의 인권보장은 그 어떠한 정치논리나 정책판단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강제북송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하여 철저하게 해명하는 한편, 다시는 이런 인권침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지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의 확립과 변론받을 권리의 보장을 포함하여 관련법의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2019. 11. 14.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이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