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공표 빌미로 검찰 감찰할 수도… 언론 감시기능 약화·검찰 수사 압박 지적
  • ▲ 가족 수사 중 '피의사실 공표 제한 강화' 추진하는 조국 법무부 장관ⓒ뉴데일리 DB
    ▲ 가족 수사 중 '피의사실 공표 제한 강화' 추진하는 조국 법무부 장관ⓒ뉴데일리 DB
    조국(54)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법무부가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는 '수사기관 공보준칙'을 개정한다. 법조계에서는 언론은 물론 검찰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수사상황 유출 의혹과 정치검찰 논란으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검찰 공보준칙 강화 등 당장 추진 가능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형사사건 내용 공개금지 원칙… 포토라인도 사라질 듯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 공보준칙’을 대체하게 될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사건 내용의 공개를 일절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신설되는 규정은 ▲기소 전 피의자 소환 촬영 금지 ▲소환 일정 공개 금지 ▲국회의원·고위공직자 등 수사 대상 공인(公人) 실명 공개 금지 ▲수사 내용 유포 검사에 대한 장관의 감찰 지시 등이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국민적 관심사안이나 고위공직자·정치인·재벌의 비리사건이라도 검찰 수사는 보도가 금지된다. 공소제기 이후에도 피고인, 죄명, 구속 여부 등 제한된 정보만 공개할 수 있다.

    기자가 검사나 수사관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수사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검찰 소환 일정도 공개할 수 없다. 피의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는 일명 ‘포토라인’도 사라진다. 공공의 이익이 인정되는 사안이라도 언론의 감시 기능이 크게 약화하는 것이다.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와 관련해 "재임 중 대책 발표를 결심하고 준비 중이었는데 '오비이락'이 될 것 같아 유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개정을 시도하면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는 언론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은 물론 사실상 검찰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 법무부가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아 조 장관 가족 수사와 관련해 감찰에 착수한다면 검찰 수사 내용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관 관련 수사 진행 중인데… 검찰 수사 압박 지적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존에 피의사실 공표가 무분별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문제는 조 장관 가족이 수사를 받는 시점에 수사 공보준칙을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압력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인사권과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검찰의 손발을 묶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상황을 브리핑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하는 것이고, 헌법상 무죄 추정 원칙에도 반한다"면서도 "시기나 당사자가 문제인데,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 같아 딜레마"라고 우려했다.

    한편 당·정은 18일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을 주제로 회의를 연다. 이날 조 장관은 장관 신분으로 처음 회의에 참석해 구체적인 법무부 안을 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