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갓, 한미-한일은 갓끈… 끈 떨어지면 한국 날아간다" 김일성 전략 우려
  • ▲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과거 김일성이 바라던 대로 한국은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된 걸까.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31일자 <조선일보> 기고문을 통해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도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외부세력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좌표’와 ‘대응 매뉴얼’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기고문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나라가 전례 없는 외교·안보 불안감에 휩싸였다”면서 “구한말 시대가 재현되는 것 같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신형 잠수함을 공개하고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경고한 일, 중국과 러시아의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과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등을 겪고도 한국 정부가 가만히 있는 것에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낀다는 지적이었다.

    한미연합사가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후 “그 미사일은 한국과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향한 게 아니니 괜찮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태 전 공사는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응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한미동맹의 현주소라면 미래 동맹 관계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태 전 공사는 “트럼프 대통령이야 재선을 위한 정치적 계산에 따라 북한 단거리미사일의 의미를 축소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안보가 직결돼 있다”면서 “우리 스스로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 지금처럼 누구도 우리의 안보를 걱정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유엔마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가 600km 정도라 추가 대북제재 결의가 필요 없다”는 분위기라며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 국민의 안보를 기댈 곳이 없어 보인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안한 외교·안보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예측가능한 ‘국가좌표’와 동맹국들과 사전에 합의해 놓은 ‘대응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두 사람은 꾸준히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두 사람은 꾸준히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통령 향해 막말 하면 정중한 항의라도 해야”

    태 전 공사가 말하는 ‘국가좌표’란 “국민과 국제사회에 ‘우리의 국격과 안보를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고 자동으로 강력히 대응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고 ‘대응 매뉴얼’은 한미연합사를 비롯해 동맹국들과 함께 외부세력이 군사적 도발을 할 경우 상황과 강도에 맞게 대응하는 방안을 가리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우리도 김정은이 한국 대통령을 향해 험담과 막말을 하면 정중히 항의하는 정도의 입장이라도 밝혀야 북한의 막말과 폭언을 바로 잡아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응 매뉴얼’에 대해서도 “이제라도 한미 군사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어떤 합당한 반응을 보일 것인지를 명문화한 매뉴얼을 만들어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앞으로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해도 한미 양국이 각자 계산에 따라 엇갈린 의견을 보이는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태 전 공사는 “그동안 우리가 누려왔던 외교·안보적 평온은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과 긴밀한 한일 공조체제에서 나왔다”며 “그래서 김일성은 한국을 ‘갓’에 비교하면서 한미 군사동맹과 한일 공조체제 중 어느 한쪽 ‘갓끈’만이라도 잘라서 ‘입으로 불어도 날아갈 갓’으로 만들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영공을 휘젓고 다닌 것도 최근 한미동맹이 느슨해지고 한일관계가 악화되며 일어나는 일”이라며 “우리가 일본보다 미국에 더 가깝다면 일본이 우리에게 함부로 뭐라 하지 못할 것이고,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을 미국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갈 길은 한미동맹 강화 밖에 없다”며 “8월 예정된 한미 합동연습을 계획대로 진행해 우리의 지정학적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고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