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매체 통해 "美 승인 없이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상대와 空談 안한다"
  • ▲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뉴시스
    ▲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뉴시스
    지난달 30일 한미·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 내 대남 선전 매체들은 '한국 소외론'을 꺼내들고 있다. '한미 공조가 지속되는 한 남북이 별도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사실상 압박에 가까운 주장인데, 이는 그간 문재인 정부가 자평해온 '중재자' 역할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목소리다.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3일 '소외론, 결코 공연한 우려가 아니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우리로서는 미국 승인없이는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상대와 마주 앉아 공담(空談)하기보다는 남조선에 대한 실권을 행사하는 미국을 직접 상대해 필요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밝혔다.

    '우리민족끼리'는 "조미(북미) 협상 재개 분위기는 남조선에도 유익한 것으로, 이는 환영하고 지지하며 기뻐할 일이지 불안해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면서 "조미 두 나라가 마주 앉아 양국 사이 현안 문제를 논의하는 마당에 남조선이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으며 또 여기에 끼어들었댔자 할 일도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 소외론'은 남조선 당국이 자초한 결과"라고 했다. 남북 관계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조선반도 문제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제정신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자주적 입장을 지켜야하며 좌고우면 말고 북남선언들의 이행에 과감히 적극 나설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도 했다.

    또다른 대남 선전 매체 '메아리' 역시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소외는 스스로 청한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열백번 마주 앉아 대화를 진행하고 아무리 좋은 선언을 발표해도 외세 눈치나 보고 이러저러한 조건에 빙자하며 실천하지 않는 상대와 마주 앉아 봐야 무엇이 해결되겠는가"라고 했다.

    '메아리'는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는 상대와는 마주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스스로 자처한 '한국 소외'이니 거기서 벗어나는 것도 남조선 당국의 몫"이라고 했다. 또 "충고하건대 '중재자'요, '촉진자'요 하면서 허튼 데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북남관계 문제 당사자로서 선언(남북정상 합의) 이행에 적극 달라붙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 정부 역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과 태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은 담화를 내고 "조미 대화는 남조선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일이 있으면 조미 연락 통로를 이용하면 된다.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정부는 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를 차질없이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남북,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북한의 일방적인 비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사실상 동문서답 내지 묵묵부답을 고수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