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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버스노조의 파업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가 있는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버스차고지에 서울시 노선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은 "'주 52시간 근로제' 에 따른 손실 임금을 보전해달라"며 15일 전국적으로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번 공동 파업에 참여하는 버스 대수는 전국 버스(4만 5752대) 중 39%에 달하는 1만 7862대에 달한다. ⓒ박성원 기자
‘주52시간근로제’ 시행에 따른 임금 보전을 요구하며 15일 총파업을 주도하는 전국버스노조의 사업장이 대부분 준공영제 참여 사업장으로 드러났다. 준공영제 사업장은 현재 1일 2교대 근무를 시행해 주52시간근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특히 버스노조는 정부가 제시한 ‘버스요금 인상’ ‘탄력근로제 도입’ ‘준공영제 확대 시행’ 등 협상안을 모두 거부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주52시간근로제’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임금인상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을 볼모로 ‘생떼쓰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시와 버스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은 15일 서울·부산·대구·광주·울산·경기(광역)·충남·전남·충북·청주 등 전국 9곳의 광역단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번 공동파업에 참여하는 버스 대수는 전국의 버스 4만5752대 중 39%에 달하는 1만7862대에 달한다.
"근로시간 단축과 상관없는 준공영제 사업장이 대부분"
버스노조가 총파업을 결행하는 주요 사유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52시간근무제에 따라 줄어든 임금을 보전해 달라는 것이다.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은 "임금 저하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투쟁하겠다"며 "교통시설특별회계법을 개선해 정부가 임금 손실분을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정책을 빌미로 임금인상을 관철시키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하는 만큼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노조의 ‘떼법’이 이번 총파업에도 작동할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정부와 한국노총도 이번 버스 총파업이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이 없다고 인정했다. 파업 참여 사업장이 대부분 준공영제 사업장이어서 주52시간근무제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준공영제는 버스회사의 적자를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제도다. 공공성이 강하지만 수익을 내기 어려운 버스업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서울시가 지금까지 준공영제에 따라 버스회사에 준 지원금은 3조7155억원에 달한다. 한 해 평균 2477억원을 지원한 셈이다.
손명수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245개 노조 대부분은 준공영제와 1일 2교대를 시행해 근로시간 단축과 무관하다"며 "파업의 원인은 주52시간근무제 때문이 아닌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을 주도한 한국노총 자동차노련도 파업 참여자 대부분이 준공영제 사업지역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자동차노련 정책실 관계자는 "전부 준공영제 시행하는 지역은 아니지만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역이 많고, 근로형태 또한 1일 2교대를 시행하는 지역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준공영제를 시행하지 않는 지역의 버스 사업장 노조원들은 6월에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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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2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버스 노조 파업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국토부-고용부 연석회의에서 버스 업계에 탄력 근로제 시행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자동차노련은 정부가 '버스 요금 인상안' '탄력근로제' '준공영제 확대'등 협상안을 모두 거부하며 파업 강행을 시사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충남과 전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준공영제를 시행 중이기 때문에 이마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토부에 따르면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이들 버스노조의 지역별 평균 주 근로시간은 서울의 경우 47.5시간, 부산 50시간, 광주 47시간 등으로 모두 주 52시간 이하다. 주52시간근무제를 시행해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들 노조는 근로시간이 이미 주 52시간 이하면서도 ‘근로시간 추가 단축, 추가 인력 확충, 임금 인상’까지 요구한다.
자동차노련은 “향후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버스 운전기사들이 임금의 30%를 차지하는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해 월 최대 110만원의 임금이 줄어들 것”이라며 인력 충원과 임금 감소분 보전을 사용자측에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하지만, 실상은 추가 수당과 상관없는 조합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정부안 거부' 버스노조 "지속적 세금 투입" 요구
정부가 '버스 요금 인상' 카드까지 꺼내들며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하지만, 노조는 “충분하지 않다”며 총파업을 강행하려 한다. 임금 보전이 아닌 실질적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노조는 정부의 버스요금 인상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며 지속적 추가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자동차노련 정책실은 "버스요금 인상 효과는 한시적"이라며 "향후 물가인상이 되면 될수록 그 연계폭은 줄어든다. 장기적 대책은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을 하며 인력을 늘려야 되는데 버스요금 인상만으로 재원 충당은 어렵다"며 파업 강행을 시사했다.
버스노조는 정부가 제안한 ‘탄력근로제’도 거부하며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12일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은 '버스노조 파업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국토부-고용부 연석회의에서 버스업계에 탄력근로제 시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장관은 "정부도 탄력근로제 도입, 교대제 등 근무제도 개편 등 제도를 활용해 주52시간제 정착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노선버스의 경우 지역별로 재정 여건이나 교섭 상황에 차이가 있지만 조금씩 고통분담을 해 해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자동차노련 정책실 관계자는 "탄력근로제를 시행하기 위해선 사업장별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할 사안"이라며 "노동조합 과반수의 자율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실행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정부가 말하는 탄력근로제는 연장근로시간을 늘려 수당을 더 주려는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을 늘려 수당을 더 줄이는 꼼수"라고 불신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버스노조의 '떼법'이 이번에 또 나왔다"며 "정부와 사측에 협상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하며 파업을 강행하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