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 교섭단체 전망에 '캐스팅보트' 역할 약화 우려…'孫 책임론' 커져
  •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재환 후보가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축구센터를 찾아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재환 후보가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축구센터를 찾아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4·3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손학규 대표의 전폭 지원에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내 우려에도 후보를 낸 손 대표의 사퇴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에 밀어닥칠 후폭풍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번 선거에서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의 득표율은 3.57%에 그쳤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45.75%)와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42.21%)는 물론 민중당 손석형 후보(3.79%)에게도 밀렸다.

    바른미래당으로서는 선거 전부터 열세가 예측됐지만, 내년 총선을 위해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두 선거구 중 창원 성산 한 곳에만 후보를 내고 지도부 차원에서 '올인'하듯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 막바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를 성사시키면서 사실상 여권 단일후보로 나선 여영국 후보가 강기윤 후보에게 504표(0.54p)라는 근소한 차이로 이긴 것도 바른미래당으로선 악재다. 중도보수로 분류되는 이재환 후보가 504표를 훨씬 넘는 3334표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앞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번 창원선거는 문재인 정권의 심판선거가 돼야 하는데, 야당은 지리멸렬한 싸움을 하고 있다"며 "문제의식이 있다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단일대오로 싸워야 한다"며 손 대표의 창원행을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결국 창원 성산이 정의당 수중에 들어가면서 '정권 심판'은 불발됐다. 내년 총선을 위해 PK 지역에 지지기반을 만들겠다던 명분도 퇴색했다.

    더욱 뼈아픈 것은 정의당이 1석 늘어난 6석을 확보하면서 다시 민주평화당(14석)과 공동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길이 열리게 됐다는 것이다. 양당은 곧바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민주당 양당 사이에서 운전자 역할을 한다고 자부하던 바른미래당으로서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평화당·정의당과 양분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며 지도부의 거취문제도 달아올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4일 지도부의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거취는) 본인의 결단문제이지, 다른 사람의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며 "각자 책임과 생각에 따라서 걸맞은 행동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지도부에 속해 있는 분들이 본인의 양심과 기대수준에 따라 여러 말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결과를 지도부가 깊이 평가하고 당의 진로에 대해 의논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손 대표에게 사실상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가 (손 대표 사퇴에 대해) 톤다운시켜준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며 "민중당보다 (득표가) 낮다는 게 국민에게 각인됐기 때문에, 안 하니만 못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누군가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손 대표의 사퇴는 기정사실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