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컬러복사해 교장공모제 투표…조작 주도 A교사, 전교조 활동 "징계도 없이 전근"
  • 경기도교육청. 뉴시스
    ▲ 경기도교육청. 뉴시스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교장공모제 찬반투표 과정에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 학교에 재직하던 A교사와 일부 교사들이 A교사를 교장으로 추대하기 위해 투표함에 컬러 복사한 찬성표를 무더기로 추가해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교장이 되기 위해 투표 조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A교사는 전교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그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A교사는  학교로부터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남양주경찰서는 지난해 10월 구리시 모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교장공모제 1차 의견서투표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공문서 위조)과 관련해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이 초등학교는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내부형 교장공모제’ 학교로 선정됐다. 교장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경력 15년 이상이면 공모를 통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교장 자격은 경력 20년이 넘는 교원이 교감을 거친 뒤 교장 자격연수를 이수해야 얻을 수 있지만,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이 자격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다.

    찬성표 컬러 복사해 추가... 투표 조작

    교장공모제는 학부모와 교사들로부터 교장공모제에 대한 찬반 의견조사서를 받은 뒤 학교 운영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고 교육청의 허가를 받는 절차로 진행된다. 해당 초등학교는 교사 30여 명과 학부모 420여 명 등 총 450여 명의 교장공모제 찬반의견을 조사하는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는 이들 교사와 학부모가 찬반 의견서를 내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 투표에서 A교사와 일부 교사들은 투표가 끝난 뒤 투표함에 복사한 찬성표를 추가로 집어넣는 방식으로 투표조작을 했다. 학교 운영위 회의록을 보면 투표권자 450여 명 중 불참자는 8명에 불과했다. 의문을 가진 학교 관계자가 주변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가 여부를 물었다. 그런데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 사람이 12명이 넘게 나왔다. 이 관계자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교육청의 감사 결과 투표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익명을 요구한 학교 관계자는 “근처 다른 초등학교는 전자투표로 했는데도 투표를 안한 사람이 100여 명에 달한다”며 “A교사를 교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조직적인 투표조작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표조작을 시도한 교사들은 남양주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 감사실 관계자는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중"이라며 “청렴의무를 위반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도교육청 차원에서도 해당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을 주도한 A교사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그는 투표조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지만,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작 주도 A교사 전근...“아무 징계도 받지 않아"

    A교사는 혁신학교를 추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학교란 동일한 교과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일반학교와 달리, 교사들이 재편집한 교과과정으로 수업하는 학교를 말한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창의적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주장과, 공부를 등한시하게 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교장은 교육청에서 발령내는데, 혁신학교 시스템을 싫어하는 교장이 올 경우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해당) 학교 교사들이 교장공모제를 추진했다"면서 "(해당) 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교사들의 리더가 A교사였다"고 말했다. 

    투표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A교사는 전교조에 소속돼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전교조 명단을 분석한 결과 명단에서 A교사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 전 의원이 공개한 전교조 명단은 총 6만여 명 규모로, 교사의 이름과 학교, 소속단체가 기재됐다.

    조전혁 전 의원 공개 '전교조 명단'에 이름

    해당 초등학교 측은 “A교사가 주도한 투표조작 사실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확인이 어렵다. A교사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A교사는 “관계된 사람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에 가입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교장공모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임용된 교장 73명 중 53명(71%)이 전교조 출신이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으로 선발한 초·중학교 교장 8명 중에서 무려 7명이 전교조 소속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결국 전교조 교장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이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내부형 교장공모제 비율을 ‘공모제로 교장을 뽑겠다고 신청한 학교의 15%’에서 '50% 이내'로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