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학원 “고농도 미세먼지는 중국발"…환경부 "중국에 책임 다 물을 순 없다"
  • ▲ 한국에서도 많이 보는 어스 눌스쿨의 2019년 3월 6일 오후 10시 한반도 주변의 초미세먼지(P.M 1) 흐름. ⓒ어스 눌스쿨 화면캡쳐.
    ▲ 한국에서도 많이 보는 어스 눌스쿨의 2019년 3월 6일 오후 10시 한반도 주변의 초미세먼지(P.M 1) 흐름. ⓒ어스 눌스쿨 화면캡쳐.
    더불어민주당은 미세먼지 문제가 부각된 이후 줄곧 “국내 화력발전소가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에도 ‘미세먼지=화력발전소, 노후 경유차’라는 식의 대책만 내놓았다. 지난 4년 사이 국책연구기관, 국내외 대기과학 전문가들이 한반도를 뒤덮는 미세먼지와 중국의 연관성이 높다고 지적한 연구결과를 외면한 탓으로 보였다.

    미국 NASA까지 찾아오게 한 한반도 미세먼지

    최근 <조선일보>는 “정부가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를 발표한 것이 2015년이 마지막이라 최신 통계가 없다”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통계가 없다는 것은 현 정부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관련 근거는 지난 4년 새 여럿 나왔다.

    그 전에 ‘중국발 미세먼지’라고 의심할 합리적 근거도 있다. 이제는 일반시민도 아는 ‘어스 눌스쿨 넷(earth.nullschool.net)’의 대기오염물질 흐름, ‘일본기상협회(tenki.jp)’가 제공하는 PM 2.5의 48시간 예측 시뮬레이션이 그렇다. ‘어스 눌스쿨 넷’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상관측위성 ‘GEOS-5’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토대로 대기오염물질의 이동을 예측한다. ‘일본기상협회’는 일본 국토교통성 산하 기상청이 내놓은 예보를 민간에 배포하는 조직이다.

    ‘어스 눌스쿨 넷’과 ‘일본기상협회’의 예보를 못 믿겠다는 주장은 2016년 5월 NASA가 국립환경과학원과 함께 한반도 대기오염을 조사한 뒤로 크게 줄었다. 제3국의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이 내놓은 결과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당시 NASA는 국립환경과학원과 5월2일부터 6월12일까지 1차로 한반도 대기질을 측정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KORUS-AQ’였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연구에는 국내외 80개 기관, 58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NASA의 관측용 항공기는 한국 상공을 20번 비행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는 52회 대기오염을 측정했다. 환경부는 이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올림픽공원에서 측정한 미세먼지(P.M 2.5)의 48%가 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온 것이 34%, 북한 9%, 기타 6%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중국 산둥반도 22%, 베이징 7%, 상하이 5%였다.

    환경부는 “나머지 52%는 국내에서 생긴 것”이라며 “국내 영향으로도 세계보건기구(WHO) 미세먼지 권장기준인 25㎍/㎥을 초과하는 날들이 있어 국내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그 후로도 ‘48 대 52’라는 수치를 강조하며, “미세먼지의 책임은 한국 측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2018년 11월까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미세먼지 발생 원인은 국내요소가 더 크다”는 주장을 폈다.
  • 하지만 NASA가 유튜브에 공개한 ‘KORUS-AQ’ 연구결과 예고 영상을 보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NASA와 함께 연구했던 국립환경과학원을 비롯해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등 대기과학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오는 미세먼지 가운데 적잖은 양이 중국에서 온다”며 “한국정부는 중국 측에 미세먼지 저감을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고 꾸준히 지적했다.

    “한국인 들이마신 미세먼지 대부분 타지역 것”

    미세먼지의 ‘원산지논쟁’은 2018년을 거치며 더 줄었다. 이 해에는 <중앙일보>와 <매일경제> 등 주요 언론이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집중조명했다. 2018년 2월 <중앙일보>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데이터를 찾아냈다. 지역별 미세먼지 원산지를 따져보니 백령도는 62.3%, 수도권은 56.4%, 충청 등 중부권은 70.8%, 호남은 43.9%, 제주는 68.7%, 영남은 39.4%의 미세먼지가 해외에서, 구체적으로는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3월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진상 박사가 연초 국내 미세먼지가 어디서 날아오는지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동아사이언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정 박사는 같은 해 1월 한반도를 덮은 고농도 미세먼지에 칼륨 농도가 높음을 발견했다. 칼륨은 중국인들이 ‘춘절’ 때 터뜨리는 폭죽에 다량 함유돼 있다. 반면 한국산 미세먼지에는 칼륨이 없다고 한다.

    같은 해 7월 <동아일보>도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결과를 인용보도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때 2015년 국내외 미세먼지 배출량과 기상상황을 바탕으로 1년 동안 해외에서 날아든 미세먼지 비중과 17개 광역단체 별로 서로 오간 미세먼지 비율을 분석해 공개했다. 서울의 경우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미세먼지 비율은 12%에 불과했고, 나머지 88% 가운데 49%가 중국발이었다. 나머지 39%도 경기도 19%, 인천 9%, 충남 6%로 나타났다.

    다른 광역권도 자기지역 내에서 만들어진 미세먼지 비율은 서울과 비슷했다. 인천 10%, 경기북부 13%, 경기남부 19%, 충북 11%, 전북 16% 수준이었다. 충남과 전남은 각각 27%와 21%로 가장 높았다. 강원도나 세종시, 대전시는 5% 이하였다. 즉, 한국인이 들이마신 미세먼지의 90% 이상은 다른 지역에서, 그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날아왔다는 뜻이다.

    상황은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1월28일 “행정안전부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중국발 미세먼지가 없으면 인천의 공기질 좋음 수치가 50% 증가했다”는 보도를 내놨다. 2019년 2월6일 '뉴스 1'은 “지난 1월11일부터 15일까지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P.M 2.5) 가운데 최대 85%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한 결과였다.

    국립환경과학원 “고농도 미세먼지는 중국발”

    '뉴스 1'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은 2019년 1월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지상관측자료, 기상 및 대기질 모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전년 같은 월과 비교·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그 결과 지난 1월 중순 한반도를 덮은 미세먼지의 69~82%가 중국발로 나타났다. 과학원 측에 따르면, 당시 중국 산둥반도와 북부지역에 위치한 고기압권 때문에 대기정체현상이 나타나면서 1월10일부터 11일에 1차로 중국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유입됐고, 13일 이후에는 북서풍이 불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유입됐다는 설명이었다.
  • ▲ 2017년 4월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4월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당국이 발뺌할 수 없는 것이 한반도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기 하루 전 ‘징진지’ 주변지역에서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으로 나타났고, 14일까지 지속됐다는 점이다. 이때 미세먼지 수준은 429㎍/㎥(1월12일 오후 11시)까지 치솟았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을 시작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각 대학의 환경공학자들이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서울시가 시행했던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등의 조치를 따라 할 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엿새 동안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고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에서야 환경부장관 등으로부터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보고를 듣고, 6일 “재난에 준하는 상황”이라며 대책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8일 세종시에서 환경부 업무보고를 받을 때도 똑같은 말을 했다. 환경부는 문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한 이튿날 “중국에 (미세먼지에 대한)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몇 년째 발표해온 연구결과를 외면한 수준이었다.

    이후 환경부 등이 시행한 ‘미세먼지대책’은 공공 주차장 폐쇄, 차량 2부제 실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등이었다. 문 대통령의 대책 또한 각급 학교에 공기청정기 보급, 서해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 실시 등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