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팀 들어선 후 '기조 전환' 우려 의식했나…기존 한계 지적하며 대안으로 중소기업 언급
  •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국민경제 자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국민경제 자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국민경제 자문회의에서 "추격형 경제로서 우리는 큰 성공을 거둬왔는데 이제는 계속 그 모델로 가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며 중소기업의 혁신을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는 교수들로부터 재벌 개혁, 징벌 배상 등의 언급이 나왔다.

    ◆ "추격형 모델 한계에 다다랐다… 혁신 중소기업이 과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민경제 자문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어떻든 성공해왔다. 그런데 그 성공을 보면 남이 선도적으로 만든 기술들을 우리가 응용하고 결합해 상용화하고, 제품화하는 '추격형 경제'"라면서 "이제는 그 모델로 가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새로운 가치를 좀 선도적으로 창출하고 만들어내고 그래서 또 산업화를 이끌고 하는 단계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그 점이 안 되고 있다"며 "그것에 대한 비슷한 전망도 보이지 않다"고 짚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려면 필요한 것이 역시 혁신"이라며 "혁신은 사람에 대한 투자이고, 그래서 중소기업 혁신도 사람을 중심으로 돼야한다. 그게 우리 과제인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기존 대기업 주도 모델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의 혁신을 독려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도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올해 중순 친기업 행보와 달라져

    이같은 회의 분위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중순 SK 하이닉스 공장 방문 등 잇따라 친기업 행보를 걸었던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기업과 자주 소통하고, 기업 애로를 청취해 해소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현장 방문을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지시할 정도로 기업 행보를 강조했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1월 9일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나서서 "유니콘 기업, 벤처기업과 함께 한국의 대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다시 한 번 우뚝 설 것이다. 우리는 한 팀"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그런데 이날에는 대기업의 한계와 중소기업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일각에서 제기했던 '속도조절론'이나 '방향 전환'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탄력 근로자와 관련된 이야기는 오늘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 '지지층 이탈' 우려했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급속한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10주 가까이 하향세를 그리면서 지지층 결집이 중요해졌고, 때문에 지지층에 어필하기 위해 중소기업 혁신을 강조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대통령께서도 뼈저린 자성을 이야기를 하고 정책 기조를 변경할 것처럼 말했지만, 최근 국무회의 결과를 보면 또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성장 아닌 성장 정책으로 집권한지 1년 반 만에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끝도 없이 지금 추락해왔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청한 자유한국당 내 한 관계자는 본지에 "문재인 정부가 특감반 논란 등 이렇다할 지지율 반등 요인이 없는 가운데, 북한 김정은의 연내 방한도 무산되면서 외교·북한 문제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결국 경제 문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지지율 반등이 가능한데, 그러려면 먼저 지지층 결집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