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사흘 뒤에도 이렇다할 언급 없어… 의전비서관실 음주 파문, 인력 손실도 고려한듯
  • ▲ 지난 23일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비서관의 워크숍 모습. ⓒ청와대 제공
    ▲ 지난 23일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비서관의 워크숍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 6월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으로 화제가 됐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26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설악산에 첫눈이 내린데 이어 지난 24일 서울지역에 첫눈이 내리면서 야권의 공세가 거듭되는데도 침묵을 지킨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났으나 탁현민 행정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답을 하지 않았다.

    "콘돔 사용은 섹스 진정성 의심하게 해"

    탁현민 행정관을 둘러싼 공방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있었다. 탁현민 행정관이 발탁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그의 발언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탁현민 행정관은 지난 2007년 〈남자마음설명서〉라는 책에서 "이왕 입은 짧은 옷 안에 뭔가 받쳐 입지 마라",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테러", "콘돔의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등의 내용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탁현민 행정관의 거취 논란이 극에 달한 것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 18일 1심 선고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 받았을 때다. 탁현민 행정관은 같은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라는 말을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정리에 나섰다. 김의겸 대변인은 7월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탁 행정관에 '가을에 남북 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 만이라도 일을 해 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 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의겸 "첫눈 오면 놓아 주겠다"

    이렇게 한동안 잠잠했던 탁현민 행정관의 거취 논란은 실제 첫눈이 떨어지자 야권으로부터 다시 제기됐다.

    앞서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지난 10월 18일 "설악산에 첫눈이 왔다"며 탁현민 행정관의 거취를 언급한 바 있다. 김 원내대변인은 "수많은 여성들과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눈을 감은 탁현민 행정관은 그간 청와대의 보호 하에 버티느라 참 수고하셨다"며 "입에 담기조차 힘든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부적절한 인사를 청와대가 계속 품고 있다는 것은 여성정책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지역에 첫눈이 온 지난 24일에는 배현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이 다시 탁현민 행정관의 거취를 언급했다. 배현진 대변인은 "탁 PD(탁현민 행정관)를 향한 임종석 비서실장의 미련을 더는 보고싶지는 않다"며 "남은 구애는 카톡으로 마저 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종천 비서관 음주운전 사건도 영향 

    탁현민 행정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내지 않는 1차적인 이유는 탁 행정관이 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6월의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탁 행정관은 지난 2일 항소심 선고 직후 "제가 쓰여야 한다면 쓰임이 있을때까지는 따르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탁 행정관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탁현민 행정관에게 내년 초 예정된 3·1운동 및 대한민국 정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에도 역할을 맡아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금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탁 행정관을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 사건으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직권면직 된 상황인데, 의전비서관실의 선임행정관인 탁현민 행정관까지 내보낸다면 공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청와대로서는 탁현민 행정관 문제를 당분간 매듭짓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23일 새벽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후임 의전 비서관 문제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는 "너무 성급하시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