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수사가 법원·검찰 대립 초래"… 김시철·최인석 이후 '비판' 쏟아져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직 고위법관들이 이례적으로 검찰 수사의 위법성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데 이어, 무리한 검찰 수사에 대한 지적이 법조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최고위층의 소환 시기를 저울질 하는 상황에서 사법부와 검찰의 대립양상이 더욱 날 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직 고법 부장판사와 현직 법원장 등 현직 고위법관들이 법원 내부 게시판을 통해 연이어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현직 법관들이 가끔 자신의 의견을 내부 게시판에 올린 적은 있지만, 다수가 같은 사안에 대해 잇따라 '비판성' 글을 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실제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30일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관하여 법원 가족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검찰이 법관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면서 피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자료까지 별건 압수했다"며 검찰 수사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고위 법관들, 검찰 사법농단 수사 이례적 비판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며 댓글 조작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았다. 김 부장판사에 따르면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재판부 내부 구성원들과 사건을 검토·논의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125건의 이메일과 첨부파일을 압수수색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피의사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압수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명백히 이의를 제기했지만 검사가 그대로 압수했다”며 “이는 별건 압수”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가 글을 올린 바로 전날인 29일에는 현직 법원장이 검찰 수사를 비난했다.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은 29일 내부 전산망에 ‘압수수색의 홍수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라는 글을 올리며 “법원은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최 법원장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일단 개인적인 공간들을 먼저 들여다보고 시작하는데, 문제는 ‘증거를 찾기 위해’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혐의를 찾기 위해’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최근 행태를 비난했다. 

    검찰 무리한 표적수사 지적... 갈등 심화되는 법원과 검찰

    검찰은 김 부장판사의 글이 공개된 30일 즉각 “법관을 상대로 위법 수사를 하겠느냐”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은 상태다. 

    변호사 출신 이경환 자유한국당 부대변인은 “법원과 검찰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법원도 검찰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견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법원입장에서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과 검찰의 대립이 이어질 경우 이어질 검찰 수사 역시 험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한 데 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박병대, 차한성 전직 대법관 등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인은 “검찰이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기재한 공소사실이 30여 개에 이른다. 표적수사라는 비난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법원이 검찰 수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면 결국 검찰의 수사 역시 늘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언론플레이 지적 목소리도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법농단이나 재판거래, 방탄법원 등의 자극적인 단어가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모든 조직이 마찬가지이지만 법원도 자기 소속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제식구 감싸기'라는 부담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영장을 기각한 것을 방탄법원이라고 얘기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가 이어지면 비록 법원이라 하더라도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