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北 보건' 정책 토론... '의료 붕괴 현실' 등 진단... "軍·암시장 살찌우기" 우려도
  • ▲ 6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북한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진단과 개발 협력 증진 방안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환영사를 하고 있는  이수구 이사장 ⓒ 뉴데일리 DB
    ▲ 6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북한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진단과 개발 협력 증진 방안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환영사를 하고 있는 이수구 이사장 ⓒ 뉴데일리 DB

    ‘북한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진단과 개발 협력 증진 방안 정책 토론회’가 6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사)건강사회운동본부와 Kim&Chang, 사회공헌위원회 공동 주관으로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북한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면밀한 진단과 함께 제약 및 의료기기 등에 대한 대북 투자와 개발을 위한 협력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정책 토론회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 보호 차원의 대북 의료 협력이, 북한 주민들 아닌 군부대 지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전달될 의료 관련 물품이 북한의 암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北의료체계 이미 붕괴... 주민들 건강상태 열악"

    이수구 건강사회운동본부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통일을 위한 남북간 간의 소통에는 ‘의료’라는 수단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지난달 금강산에서 개최된 이산가족 상봉에서 봤듯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북한이 완전한 무상치료제도를 실시하면서 남한보다 보건의료시스템이 우월하다고 자랑해 왔지만 1991년 구소련 멸망과 사회주의 몰락,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자신들이 자랑했던 사회주의 의료제도가 붕괴되고 영양결핍으로 인한 결핵 환자의 급증과 영유아 사망률 증가 등 주민들의 건강상태는 매우 열악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오종남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사회봉사센터장은 지난 2013년 자신이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재직시절 북한 측 유니세프 관계자들을 초청해 북한 아동들의 열악한 보건 및 영양실태를 듣게 되었다고 했다.

    북한 아동 30%가 두뇌발당 장애자, 대북 보건의료지원 시급

    오 센터장은 “북한 아동들의 30%가 태아 때부터 2세까지 약 1,000일 동안 심각한 영양부족으로 ‘두뇌발달장애자’가 되고 있다”면서 “남한에서는 많은 사람이 비만을 걱정하고 있는 이 시점에 보건의료는 고사하고 생존마저 위협받는 북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진행된 ‘한반도 건강공동체 형성을 위한 보건의료 준비’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은 ‘단일국가 형성’ 이라는 과거의 통일 개념보다는 ‘남북한’이라는 두 주권을 가진 국가가 함께 만들어 가는 ‘한반도 공동체’라는 새로운 통일 개념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남북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생긴 남북 주민들의 집단적 트라우마는 현재와 다음 세대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포옹했다고 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오늘날 ‘통일’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변화했다”면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통일을 원하지만, 지금처럼 상이한 두 집단이 어느 한순간 흡수통일을 하게 되면 남북 모두에게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그는 “독일 통일 전 동서독의 경제 격차는 4배에 불과했지만, 통일 후 오랜 기간 혼란을 겪어야 했다”면서 “현재 남북의 경제적 격차는 45배에 달하기 때문에 단일 체제로의 흡수통일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이 ‘한반도 건강공동체 형성을 위한 보건의료 준비’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DB
    ▲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이 ‘한반도 건강공동체 형성을 위한 보건의료 준비’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DB

    흡수통일은 재앙, 두 체제가 공존하는 공동체로 가야

    전 이사장은 “같은 민족이지만 이데올로기가 다른 남북은 경제, 문화, 교육. 복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반도 공동체’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 과거에는 태극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면 지금부터는 한반도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의료체계가 상당히 안정된 한국에서도 메르스 확산으로 곤욕을 치렀는데 그 질병이 북한으로 확산되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보건 의료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탈북민 진료경험 축적해 북한 환자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야

    전 이사장은 끝으로 남한 보건의료인들 준비해야 할 일들에 대해 ▲ 보건의료 측면에서의 전문성 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 역사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있어야 하고, ▲ 또한 이미 남한에 정착해 우리와 함께 살면서 우리의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3만 2천명 이상의 탈북자들에 대한 진료 경험 등을 축적하면서 북한 주민들 및 북한 환자들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 의학, 치의학, 한의학, 약학, 간호학 등과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의 전문 학문별로 함께 한반도 건강공동체 형성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와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진행된 2부 순서에서는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과 권은민 통일과 북한법학회 부회장, 이승표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통일치의학 협력센터장,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이윤우 대한식품 회장, 김진숙 보건복지부 남북협력 TF팀장의 지정토론이 있었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유엔 북한팀(UN HCT)이 최근 공개한 ‘2018 북한 필요와 우선순위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면서 “북한 전체 인구의 약 41%에 달하는 1,030여만명의 주민들이 지속적인 식량 불안정과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연간 최소 50여만톤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남쪽에는 280만톤의 쌀이 창고에 쌓여있고 그 관리비용만 한해 8,000역원 이상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약 30%가 만성영양부족에 시달리며, 북한 어린이 중 15%가 '저체중'인 반면 남한은 7%의 어린이들이 '과체중'이라는 정반대의 현상이 한반도 남과 북에 병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잘사는 남한’이 지원하고 ‘못사는 북한’이 수용하는 식의 일방적이고 기능주의적인 인도적 대북지원 방식에 대해 북한의 수용의지는 현저히 약화되었다”면서 대북인도적 지원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추구와 맞물려 유엔의 대북제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완벽한 수준으로 작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면서 "우리 정부가 유엔제재 동참과는 별개로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한 대북지원의 활성화와 민간의 대북활동에 대한 보장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북한을 경험한 탈북민들 속에서는 어떤 형태의 대북 지원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순수한 의도의 대북인도적 지원이 북한 당국과 관료들에 의해 군부대나 암시장으로 새어나가곤 했던 과거 사례들로 비춰 봤을 때 남한의 대북 의료지원 역시 같은 악순환의 반복이 될 수도 있으리란 지적이다.

    실제로 고난의 행군이 한창일 때인 1990년대 중후반부터 영양부족으로 시달리는 북한의 영유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유엔이 지원한 분유는 북한 군인들의 영양실조 퇴치에 사용되었고 많은 부분의 영양제 및 식량들이 간부들에 의해 뒤로 빼돌려져 암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했었던 사실이 북한 내부소식통과 탈북민들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