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포로 삼촌 죽이는 소년가장도 있냐" 네티즌들 "독재자 미화" 비난
  •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사진)이 한 종합편성채널 토크쇼에 출연, 북한의 수장 김정은을 가리켜 "'계몽군주(啓蒙君主)'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18세기 근대화 개혁을 시도했던 전제군주에 비견하거나, 북한 경제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썰전'에 나온 유시민은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하루 식구들 먹여 살리기 빠듯한 '일용직 가장'이라면, 김정은은 동네의 지탄을 받으며 어렵게 살아온 불우한 '소년 가장'"이라고 비유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 처지는요. 일용직 가장이에요. 국회에서도 여당이 소수파이고, 정책 이슈도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려운 게 많습니다. 여당과 청와대까지 포함해 하루 벌어 하루 먹이는 상황이죠.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히 엉망이 된 가정 경제를 껴안고, 팔자 때문에 집권하게 된 소년 가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시민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소년 가장'과, 하루하루 식구들 먹여 살리기 빠듯한 대한민국의 '일용직 가장'이 만나서 앞으로 덜 불안하게 둘 다 서로 윈윈 하면서 살아볼 수 있는 길을 열어보자는 의미로 읽혔다"며 "사람들은 그 광경이 평화롭고 따뜻한 광경이라고 하는데, 난 보면서 남북 정상이 안쓰럽고 안돼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시민은 "정상회담에 비쳐진 모습이 진짜 김정은의 모습인지, 미디어를 통해 본 김정은의 모습이 진짜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계몽군주'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며 "그래서 기대하고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은 김정은에게 희망을 품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김정은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일정 전체를 오픈해 국민들이 정상회담을 직접 생생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 전에 우리 국민과 세계인은 미디어의 창을 통해 걸러져 나온 뉴스만 봤습니다. 김정은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미디어가 양산한 이미지일 뿐입니다. 이번에 회담을 생중계한 것은 지혜로운 선택이었어요. 회담 이후 김 위원장을 믿게 됐다는 반응들이 많아졌어요. 김정은 위원장도 감추고 싶은 게 있었을 텐데, 이런 생중계를 받아들인 이유는 미디어라는 창을 안 거치고 세계 시민들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유시민은 남북정상회담 장면을 전세계에 생중계한 것을 일종의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한 뒤 "친북·종북 프레임을 씌우려고 해도 전 세계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다 봤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게 됐다"며 "김정은은 미디어를 어떻게 쓰는지 잘 아는 것 같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아가 유시민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핵무기를 없애기 위함이었다며 "그동안 미국에 핵무기를 안 만들테니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미국이 들어주지 않자 핵무기를 완성한 것이고, 이번엔 완성한 핵무기를 없앨테니 체제를 보장해달라는 동일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북한 정권 입장에서 핵무기란, 자신들의 '체제 보전'을 약속 받기 위한 하나의 카드에 불과하다는 논리였다.

    이처럼 북한 김정은에 대해 유시민이 시종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자 '썰전'의 또 다른 패널인 박형준(동아대 교수)은 "유시민이 언급한 대목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탁월한 선전, 선동 기술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후한 평가는 김정은의 언론플레이를 너무 과대 포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준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바 있다.

    박형준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이 전세계에 희망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이미지 개선 효과를 거두긴 했으나, 생방송을 17시간씩 내보내면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거기에 빠져들 수가 있다"며 "이를 나쁘다고 말하기보다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정은은 멍청할 줄 알았는데 다른 독재자들처럼 똑똑했다"면서 "독재자가 똑똑하다는 건 매우 위험한 요소"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네티즌)들도 박형준의 '경계론'에 대체로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디 'minj****'은 "통일은 절대적으로 지지하지만 북한에 대해선 좋게 볼 수 없는 게 사실인데 유시민 작가님은 왜 그런 발언을 하시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유독 북한 문제는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시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김정은이 한걸음 나와서 평화의 문을 열어준 건 사실이지만, 북한에서 인권 무시당하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정말 파렴치한 독재자아닌가요? 너무 미화하실 필요는 없는 거 같네요."

    아이디 'joyc****'은 "이 비유는 너무 나갔다"며 "절박함은 이해되지만 그 둘은 결코 일용직 가장과 소년 가장이 아니"라고 밝혔고, 'juiy****'은 "북한 정권이 유지되면 2,000만 정도 되는 피지배계층들은 계속 가난과 반민주적 착취를 당하는 건데, 소년 가장이니 일용직 가장이니..이건 좀 웃긴 비유"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정은은 (친족을 포함해)정권의 눈밖으로 벗어난 사람들을 수용소로 보내 처형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비정한 권력자인데, 유시민이 그를 '소년가장'이라고 표현하고 연민을 보내는 발언을 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iame****'라는 네티즌은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염원하고 있지만 방법론에 있어선 이견이 있는 것 같다"며 "소위 독재타도 및 민주주의를 위해서 운동하셨던 분이, ▲정작 3대 째 세습·독재정치를 하고 ▲정권의 눈밖으로 벗어난 사람들을 수용소로 보내고 ▲처형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권력자를 '소년가장'이라고 표현하고 연민을 보내는 발언을 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jonr****'은 "요즘 소년가장은 친형을 독극물로 살해하고 고모부를 기관총으로 공개살해 하나보죠??"라고 밝혔고, "와... 소년가장이요? 고사포로 자기 삼촌 터트려죽이는 30대 정신병자를 소년가장에 비유하는 분이 계실줄이야(clgn****)", "소년가장이 지 친척을 기관포로 곱게 갈아버림. 화끈하네^^ 그렇게 좋으면 넘어가던가(eunb****)", "아버지 덕에 왕노릇 하는 금수저 보고 뭐? 소년 가장???(Ykim50728582)" 이라고 거센 분노를 토해내는 이들도 있었다.

    [사진 출처 = JTBC '썰전'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