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교수 등 야권, 김정은 칭송한 유시민 공개 저격"국민생명보다 北이 먼저인가" "'최악의 폭군' 두둔 말라"
  • 2년 전, 북한의 수장 김정은을 가리켜 "'계몽군주(啓蒙君主)'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던 유시민(사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5일 한 토론회에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전과 다르다. 계몽군주 같다"고 평가했다. '가능성이 있다'는 종전 전망에서 한층 진일보된 표현으로 김정은을 18세기 근대화 개혁을 시도했던 '전제군주'에 비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유시민 "남북관계 전화위복의 계기이자 희소식"


    놀랍게도 이러한 호평은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북한의 '만행'이 드러난 뒤에 나왔다.

    유 이사장이 김정은을 '계몽군주'로 격상시킨 이유는 단 하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이 사과 입장을 담은 '통지문'을 보냈다는 사실밖에 없었다.

    그는 이날 노무현재단 주최로 열린 토론회를 진행하다 김정은이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냈다는 속보를 듣고, "이 사건이 남북관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는데,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가 이번 사건을 '만행'으로 표현한 데 대해 북한이 유감을 표한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견해를 보였다.

    유 이사장은 "김 위원장 이면에 세계관이나 역사를 보는 관점 등이 있을 것"이라며 "제 느낌엔 계몽군주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일종의 계몽군주로서의 면모가 있다"고 맞장구쳤다.

    심지어 정 수석부의장은 "김 위원장이 직접 유감 표명을 한 것은 그들 말로 통 큰 측면이 있다"며 "이 사건이 실마리가 돼서 남북 정상이 우선 전화통화를 하고 만나기도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마저 드러냈다.
  • 김근식 "김정은이 계몽군주? 사상가들 땅을 칠 일"

    이처럼 유 이사장 등이 '통지문' 한 장으로 공무원 피격 사건을 퉁치려는 김정은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근식(사진)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최악의 폭군이 발뺌용으로 무늬만 사과를 했는데도, 사과 생색만 추켜세우면 김정은의 만행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은 계몽군주가 아니라 폭군"이라며 "김정은이 계몽군주라면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땅을 칠 일"이라고 유 이사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김정은은 고모부를 총살하고 이복형을 독살하고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한국의 민간인을 무참히 사살하고 훼손했다"며 "절대권력의 수령이 계몽군주가 아니라 제어불능의 폭군이 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김정은의 계몽군주화를 기대하는 건 자유지만, 현실은 똑바로 봐야한다"고 지적한 김 교수는 "김정은이 결국 개혁개방과 시민사회로의 길을 거부하고 복고반동의 길을 가면, 계몽군주를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질책하고 훈계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원인행위는 사라지고 사과 생색만 추어올려 김정은을 계몽군주로 호칭한다거나, 수령의 미안하다는 말한마디에 감읍해서는 안된다"며 "유시민이 '깨시민'이라면 김정은에게 폭군의 길을 버리고 계몽군주의 길을 가라고 엄중히 주문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어진 글에서 "청와대 안보실장이 김정은 통지문을 대독하는 나라, 대통령이 국민살해 사건에도 북한에 공개적으로 항의 한 번 못하는 나라, 김정은의 무늬만 사과에 다들 감읍하며 계몽군주라고 칭송하는 나라, 이게 나라냐"고 개탄했다.
  • ▲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 ⓒ뉴데일리
    ▲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 ⓒ뉴데일리
    "국민의 목숨은 하찮고, 수령의 편지는 무오류인가"

    야권에서도 '계몽군주' 발언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 불태운 가해자의 '미안 미안' 한마디에 청와대서부터 여권 전체가 들썩인다"며 '희소식' '전화위복' '계몽군주' 등으로 반색하는 여권 인사들의 비정한 시각을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 국민의 목숨은 하찮고, 수령 김정은의 편지는 무오류에 무결점인 것인가"라며 "살해된 국민에게는 눈 감고, 살상한 북한에 반색하며 벌써부터 설렌다는 평화프로세스는 반인륜적이기까지 하다"고 개탄했다.

    이어 "국민 한 명의 생명은 거국적인 남북 과업에 비하면 보잘것없다는 것이냐"며 "그러니 민심은 이 정부가 북한의 안색을 살피느라 국민이 죽어도 꿈쩍하지 않는 비정한 정권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북측이 보낸 통지문 한 장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며 호들갑을 떨지 말기 바란다"며 "억울한 매를 맞고 응당 받아야 할 사과를 마치 성은이나 입은 양 떠들어대는 노예근성으로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가해자인 북한이 인정하고 사과했으니 대통령은 주권국의 대표로서 자국민에 위해를 가한 적국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이에 상응하는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기 바란다"며 "모든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비겁한 평화주의자가 아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