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당규 없이 청산은 혁명 때나…" 지지율 상승 위해서는 '양박' 쳐야 한다는 의견도
  • 22년 부침의 정치역정을 겪었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마침내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그의 도전은 정작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한국당의 전신이었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역대 대선 후보들에게 약속됐던 '꽃길'과는 달리, 홍준표 지사에게는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권교체' 강고한 프레임, 어떻게 넘을까

    "보수가 궤멸 위기에 처했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보수우파의 대표주자로서, 어떻게 '정권교체'라는 프레임을 넘느냐는 게 최대 관건이다.

    노련한 정치인인 홍준표 지사는 나름대로 이 프레임을 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홍준표 지사는 그간 수 차례 "문재인 전 대표가 집권해 문재인정권이 창출되면, 그것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노무현정권 2기'일 뿐"이라며 "내가 집권해야 진정한 정권교체"라고 단언했다.

    지난 28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교체할 정권은 야권 주도의 민중혁명으로 없어져버렸다"며, 야권의 '정권교체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려 시도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권교체'의 프레임이 강하게 걸려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를 살펴봐도, 아직 이러한 프레임이 국민여론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BN·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3월 5주차 주중집계(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조사)와,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대선 후보 지지도(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조사)에서 홍준표 지사는 각각 7.7%와 4.0%를 얻으며 나란히 5위를 기록했다. 1~4위는 전부 야권의 대권주자였다. 명색 범(汎)보수정당의 대표선수인데, 5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더 큰 문제는 지지율의 추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지사는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컨벤션 효과'를 얻고 있었는데도, 직전 주의 6.0%에 비해 하락한 4.0%의 지지율을 얻었다.

    같은 기간에 경선을 진행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지율이 10.0%에서 19.0%로 두 배 가까이 수직상승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꽃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당원과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꽃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당원과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안철수에 최근 기세 눌려… 연대론 일단 '뒷전'

    이대로는 정권교체와 친문·친박패권청산을 동시에 이룩할 주자로 국민들이 안철수 전 대표를 주목하게 될텐데, 홍준표 지사에게는 큰 고민의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 전 대표에게 기세(氣勢)상 밀리고 있다는 것은 홍준표 지사도 이날 후보 선출 직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홍준표 지사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먼저 연대 제안을 해오더라도 거절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민의당에서 연대를 하자고 한다면, 그것은 자기네 후보로 연대(단일화)하자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우리 당에서 그걸 용납하겠느냐"고 일축했다.

    지금 시점에서 '홍준표~안철수의 단일화 협상'이란 결국 안철수 전 대표로의 후보 단일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홍준표 지사도 인정한 것이다.

    결국 지지율 상승을 이뤄내기 전에는 '흡수'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연대 논의에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셈이다. 지난 28일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후보도 그랬지만, 후보 선출 직후에는 지지율 상승이 우선이지, 함부로 연대 논의에 나설 수는 없다.

    전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식수정책에 관한 공약을 발표한 직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을 때에는 "바른정당보다 국민의당과의 연대? 그게 좋겠다"라고 말했다가, 불과 하루가 지난 이날 대선 후보 선출 직후 질의응답에서는 "국민의당과는 후보단일화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180도로 태도를 뒤엎은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당원과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당원과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썩은 지게작대기' 대선 가도에 필요할까

    따라서 지지율 상승이 초미의 과제인 홍준표 지사의 입장에서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양아치 같은 친박'들에 대한 청산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준표 지사는 이날 질의응답에서 "소위 양아치 같은 극히 일부의 친박을 당헌·당규에 의하지 않고 청산한다는 것은 혁명 때나 가능한 일"이라며 "누굴 빼는 뺄셈의 정치는 안 된다"고 거리를 뒀다.

    이처럼 '친박 청산'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정권교체'라는 프레임의 장벽을 넘어서고 지지율 상승에 이끄는데 친박계라는 존재가 걸림돌이 된다면 비상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구(舊) 여권 관계자는 "'대선 때는 지게 작대기도 필요하다'지만, 그 지게 작대기가 썩어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썩은 지게 작대기를 동원해 지게를 버텨세워두려다가는, 이미 지게에 실어놨던 표마저 다 넘어져 흩어질 판"이라고 우려했다.

  •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미소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미소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구속도 변수… 직전 정권과 선긋기 가속화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도 변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때와는 달리, 법조계에서는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에 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도주 우려가 없고 주거가 일정하다는 게 확실하며 초범으로 재범가능성이 없고, 유무죄를 다투고 있기 때문에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도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게 원칙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의 영장 청구 과정에서 범죄혐의의 상당한 소명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피의자가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므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 것이다.

    게다가 검찰에서는 이번 영장 청구 과정에서 범죄혐의에 수뢰를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이 법원에 의해 상당한 소명으로 인정됐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39일 남은 '조기 대선' 캠페인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피의사실이 유출되는 등 한국당 후보에게 뜻하지 않은 악재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있다.

    전 정권의 과오와 완전히 선을 긋고, 국민 속으로 한 발 더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른바 '양아치 같다'고 표현한 친박계의 '목'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두 팔을 펼쳐들고 당원과 지지자들의 함성에 응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두 팔을 펼쳐들고 당원과 지지자들의 함성에 응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양박' 목 베어 국민 원성 잠재우려 시도할 수도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삼국연의의 사례를 빗대 설명하기도 했다.

    삼국연의에는 조조(曹操)가 원술(袁術)의 본거지인 수춘(壽春)을 토벌하던 중에 군량이 바닥날 조짐을 보이자, 일단 군량 관리에게 "작은 되로 군량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가, 병사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군량 관리의 목을 벤다. 이로써 병사들의 원성을 잠재운 뒤 마침내 수춘을 함락시켜, 대세론에 취해 있던 '가짜 황제' 원술의 본거지를 불사른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군대에 군량에 해당하는 것이 대권주자에게는 지지율"이라며 "지지율이 정체돼 바닥이 보이려 하는 판국인데, 국정농단 호가호위 세력의 목을 아낄 이유가 뭣이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량 관리도 순순히 자기 목을 내놓으려고 했을 리가 만무하다"며 "스스로 나가주면 좋겠지만, 나가지 않는다면 '양아치 같은 친박'들의 목을 과감히 베서 국민들의 원성을 잠재워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