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선거 방향, '카더라' 의혹이라도 '후보 검증' 위해서라면 OK?
  • ▲ 지방교육자치법 위반(낙선 목적 및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대법원에서 벌금 2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 받았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방교육자치법 위반(낙선 목적 및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대법원에서 벌금 2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 받았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7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낙선 목적 및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벌금 2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조 교육감은 2018년까지 예정된 교육감 직을 유지하게 됐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방청한 후 취재진들과 만나 "후보 검증을 위한 의혹 제기는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대법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이 '선거법'을 사문화(死文化)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거철 후보자들이 '카더라'식의 흑색선전을 쏟아낸다 해도, '후보자 검증'을 위한 의혹제기라는 구실을 댈 수 있는 발판이 생겼기 때문이다. 향후 과열된 선거 양상을 제어할 대책이 사라진 셈이다. 


    ▶조희연은 살고 선거법은 죽었다

    27일 오전 10시 10분께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고승덕 변호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교육감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방청하기 위해 대법원 제 2호 법정에 들어섰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약 5분 후 조 교육감에 벌금 250만원 형에 선고 유예 처분을 내린 항소심을 그대로 수용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선고 유예'란 가벼운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주는 일종의 '선처'로, 조 교육감은 벌금형을 감면 받은 셈이다. 

    앞서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2014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경쟁 후보인 고승덕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교육감은 당시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해명해달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조 교육감은 고승덕 후보가 보유 의혹을 부인한 뒤에도 라디오방송 등에 출연해 같은 의혹을 언급한 바 있다. 

  • ▲ '선고 유예'를 확정 받은 후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환하게 웃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선고 유예'를 확정 받은 후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환하게 웃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날 사실상 '무죄'선고를 받은 조희연 교육감이 법정을 빠져나오자 지지자들은 즉시 축하 인사를 건넸고, 조 교육감도 "감사하다"며 밝게 화답했다. 

    조 교육감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부 무죄, 일부 유죄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일부 무죄라는 것은 나온 것은 자신의 발언이 상대 후보의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였지만, 사려 깊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어 "일부 무죄가 나온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직 후보자들의 적격성 문제를 둘러싼 문제제기와 의혹제기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전향적인 판결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학부모 단체들은 조희연 교육감이 대법원의 판결을 전향적이라며 높이 평가한 것과 다르게 "납득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는 "대법원 판결은 존중하는 게 맞지만 상당히 아쉬운 판결"이라며, "학부모들과 국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판결 결과였다"고 전했다.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도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민 배심원 전원이 조희연 교육감에 유죄 평결을 내린 것을 판사들이 뒤집었다"면서,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2014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조 교육감의 1심 재판에 참여한 국민배심원단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판단을 내렸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1심 재판부도 국민배심원단의 판단과 같이 조희연 교육감에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015년 9월 4일 2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6부, 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는 원심의 판결을 뒤엎고, 벌금을 250만원으로 감형하고 선고 유예했다. 

    김상환 부장판사는 "조희연 교육감의 허위사실 유포를, 유권자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오도하려는 무분별한 의혹제기나 일방적인 흑색선전으로 볼 수 없고, 선거결과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허위 사실 유포는 맞지만, 흑색선전이라는 의도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해석이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범죄는 인정되나 악의가 없어 선고유예를 내린다면 감옥에 가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악의로 범죄 저지른 사람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법에 따라 형을 사는 것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경자 대표는 "이제는 죄를 지어도 벌을 주지 않는 사법부가 됐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