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육단체 “무리한 사업 추진 중단, 원점 재검토”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교육청은 자유학년제를 적용한 일종의 대안학교인 '오디세이학교' 내년도 입학생을 14일부터 23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2017학년도 모집 인원은 90명으로, 지원자 미달 사태를 빚은 지난해와 동일하다. 

    교육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오디세이학교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디세이학교는 북유럽 국가의 전환학년제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1년간 교육청이 정한 위탁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중심으로 한 교과과정을 이수한 뒤, 자신의 본 소속 학교로 복귀하는 시스템이다. 고등학교 1년을 위탁교육으로 대체하는 셈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핵심 사업인 ‘오디세이학교’는, 학생들에게 삶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그럴듯한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저하, 일반 고교 복귀 후 부적응 등 다양한 역기능이 발생하면서, 학교 부적응 학생을 공교육체계에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조 교육감이 정원 감축 없이 오디세이학교 참여자를 모집하자, 학교현장과 학부모 교육단체들은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이탈 학생들도 꽤 있는 상황이다. 실험 단계로 평가받는 학교를 지속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효과성, 현장성 등 정책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통해 단계적으로 확대 여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석 대변인은 "교육감이 자신이 만든 학교라는 생각을 가지고 강행하기 보다는 학교운영에 대한 반성을 통해 장단점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며, "시범운영을 충실히 한 후에, 우리 교육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디세이학교 1기 학생 40명 중 11명(28%)이 공교육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 운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 1기 학생 중 6명이 과정을 포기했으며, 수료를 마친 나머지 34명 중 일반학교에 복귀한 뒤 자퇴한 학생도 8명에 이르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2기 학생 중에서도 8명이 중간에 교육과정을 포기했다.

    지난 달 송재형 서울시의원(새누리당)이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학년도 오디세이학교 학생 26명 중 2016학년도 학교 성적현황'을 보면, 지난해 1학기 평균 성적이 4등급 이하인 학생은 15명에 달했다.

    지난해 오디세이학교 2기 모집에서는 본래 90명을 모집하려 했지만, 지원자가 모자라 추가모집을 해야 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서울교육청이 추가모집을 했지만, 모집 인원이 미달돼 최종적으로 82명만이 오디세이학교에 입학했다.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는 "대학입시 일정에 비춰보면 고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은 고교 교육과정 절반을 배우는 시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3년 모두 대안학교 방식을 고집한다면 모를까. 1년만 대안학교를 운영한다면 오히려 교육과정이 단절될 수 있다. 학생들의 중도 자퇴율도 일반 교육과정을 무시해서 생겼을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형곤 대표는 "오디세이학교 설립 취지는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충분한 동기부여 없이 급히 시행한다면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처럼 현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