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과거사 청산과 정보협정은 범주가 다른 사안”
  • ▲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2일 서울 북창동 바른사회시민회의실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2일 서울 북창동 바른사회시민회의실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한일 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공조를 위해,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이, 22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그러나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으로 논란을 빚은 현 정부 아래서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부터, 일본의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협정 체결을 반대하는 정치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상황에서, 양국의 '군사정보 공유'가 불가피 할뿐 아니라, 안보를 정치문제로 비화시켜 한·미·일 대북 공조 체제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2일 서울 북창동 바른사회시민회의실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김태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고, 송영선 전 국회의원,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 박휘락 국민대 정지대학원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김태우 바른사회 공동대표는 "북한 핵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냉정한 안보논리로 한일간의 협력사항을 살펴봐야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상황이 감정적으로 돌아가면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민감한 사안이 된 것 같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박휘락 교수는 "정치권이 반일 감정에 편승해 국민들의 정치적 지지를 받기 위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반대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운을 뗐다. 

    박휘락 교수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은(GSOMIA: Generla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은 영어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군사정보에 관한 '일반적 보안'을 상호간에 약속하는 협정이다. 서로가 상대방의 비밀을 제대로 관리해주겠다고 약속하는 협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국은 이미 정부간 협정 19개를 맺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협정이라고 해서 특별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과 미국, 일본 모두 북핵 위협을 공통으로 느끼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이 본토만 공격하지 않는다면 위험을 크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핵 위험에 대한 인식이 미국과 다르다. 북한의 핵을 함께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든 미국이든 (필요하다면 협력해서) 위에서 날아오는 핵을 막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휘락 교수는 한일군사정보협정을 체결하면, 일본이 군사대국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해 대해 "일본은 이미 군사대국이다. 우리와 정보협정을 맺고 안 맺고 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제사회는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무정부'와 같다. 만약 일본의 침략이 무섭다면 우리의 힘을 보강할 생각을 해야지, 침략이 걱정된다고 군사정보보호협정 조차도 맺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 ▲ 송영선 전 의원. ⓒ바른사회시민회의
    ▲ 송영선 전 의원. ⓒ바른사회시민회의


    송영선 전 의원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송 전 의원은 "이번 협정은 한국과 일본 간 직접적인 정보 협력을 가능하도록 하고,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군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 전 의원은 "협정이 자위대의 한국 진출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임진왜란 당시의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명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한반도를 지나가야 하니 길을 좀 빌려달라고 했던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우리나라의 국력과 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국민의 수준을 어떻게 보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의 정보 협력을 (군)작전 협력이라고 여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정보교환은 군의 작전, 전략, 전술과 다르다"고 말했다.

    송 전 의원은 "정보협정이 애초부터 불평등 조약이라고 하는 데, 열등의식의 발로 일뿐이다. 한국의 비밀등급과 일본의 비밀등급이 달라서 우리가 손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이라며, "우리는 준전시 상황이라 웬만한 것은 다 비밀로 해놓지만, 일본은 평시 상황이라 정말 중요한 기밀들만 비밀로 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본은 이지스함을 6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계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초계능력은 미국보다 낫다. 그런데 1000km 이상을 볼 수 있는 레이더도 없고,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는 것도 몰랐던 한국에게 정보를 준다는 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바른사회시민회의
    ▲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바른사회시민회의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북한 도발에 대비한 한미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내가 31년 전 합참에 근무할 때도 나왔던 이야기다. 오래전에 시작해야 했을 공조를 지금하는 것"이라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이 정부 들어 갑작스레 나온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송대성 전 소장은 "한국의 문제는 안보 이슈를 자꾸 정치화시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존재, 전작권 문제, 천안한 폭침의 원인 문제를 정치화시키는 행태 등이 그 예"라고 지적했다. 

    송대성 전 소장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순수한 안보 이슈"라며, 정치적 시각에서 바라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송 전 소장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것을 감안할 때, 남북한의 비대칭 안보역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공조가 중요하다. 공조를 위해서는 정보공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송 전 소장은 "사람들은 하필 왜 지금 이 시점이냐고 묻지만, 이번 협정은 각국의 정치상황보다 국가의 생존이라는 절박한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세 번의 핵실험을 진행하며, 북한이 한국과 일본의 목전에까지 비수를 꽂고 있다. 북한이 어떻게 공결할 것이며, 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알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군사정보협정을 질질 끌 시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일 과거사 청산 이후에 (협정)하자는 것은 아예 하지 말자는 말과 같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대결구도로 간다고 말하는데, 이는 북한과 중국의 주장이다. 이것은 대결구도가 아닌 평화구도다. 한미일이 북핵에 대응한다는 것인데 대결 구도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